오스트리아 빈
오스트리아 빈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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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전 창원중부경찰서장)
 

오스트리아에 눈이 내린다. 여름에도 볼 수 있는 만년설을 제외하고는 이국땅에서 눈을 만나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코로나19가 세상에 나오기 전 일이다.

그라츠에서 ‘빈’(비엔나)으로 갔다. 오스트리아는 미술, 음악, 과학 등 분야에서 대단한 나라라고 들었다. 특히 음악에서는 성지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나라의 수도인 빈으로 가는 길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춤추는듯 내리는 눈발 사이로 ‘아름다운 도나우 강’ 의 선율이 흘렀다. 이럴 때는 그냥 아무말없이 지그시 눈을 감아야 한다. 눈을 감은 채 회억 속으로 들어가 유년의 고향 덕천강으로 달려간다. 강가, 강변 강버들 숲은 온통 매미들의 노랫소리로 요란하고 청결한 강자갈 사이로 황금빛 모래가 푸른 강물을 실어 나른다. 태초의 벌거벗은 실루엣들이 순수의 물결 속에 순백의 지느러미를 반짝거리고 있다. 아! 내가 잠시 돌았나. 눈 내리는 이 추운 날 한 여름 고향의 강을 상상하다니. 그것도 적지 않은 돈을 들여서 떠나온 해외 여행길에서…, 이렇듯 음악은 가끔 환상에 빠져 들게 하는 마력이 있나보다.

버스가 빈의 쉰부른궁 앞 광장에 섰다. 가이드의 패러디 풍 멘트가 수신기를 통해 들려온다. “쉰부른은 아름다운 분수라는 뜻입니다. 들어가면 좌측에 화장실이 있습니다” 가이드의 일성은 화장실 안내였다. 아름다운 분수를 화장실에서 보라는 말인지…, 어찌됐건 나는 이 여행에서 머리 속이 헝크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유럽의 도시라면 로마, 런던, 파리 정도를 먼저 떠올렸지 빈은 좀 후순위로 생각했다. 그래서 생경했다. 그런데 막상 빈에 들어서면서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과거 600년간 유럽에 세력을 떨쳤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도, 당당하고 위엄 있는 도시, 특히 음악과 미술, 그리고 철학을 꽃피운 낭만의 도시, 비록 인구 150∼60만명의 도시에 불과하지만 그 문화적 중량감은 필자의 보잘 것 없는 글재주로는 형언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물며 주마간산 격의 ‘번갯불에 콩 튀기듯’ 한 견문으로 빈을 언급하는 것은 빈에 대한 모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좀 더 여유를 갖고 단단한 각오로 도전하는 것이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사람의 매너일 것이다. 충격으로 인한 패닉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안 눈은 그치고, 버스는 프라하로 향하고 있었다.

강선주 전 창원중부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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