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큰일이다
대학이 큰일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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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2021년 신입생 유치 전쟁이 일단락됐으나 대학마다 학생들을 채우지 못해 난리다.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지방 거점 국립대학도 마찬가지다. 지방 사립대학은 많게는 칠 팔백 명씩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큰일이라기보다 대학이 망하게 됐다.

2021학년도 수능의 경우 수험생보다 모집정원이 더 많았다. 4년제와 전문대학의 모집정원은 55만 5774명인데 지난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은 49만 3433명에 불과했다. 수능 응시인원보다 6만명이 많았다. 6만명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격차는 앞으로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교육부가 집계한 대학 모집 인원과 입학자원의 차이는 올해 7만 6325명으로 늘어나고, 2024년에는 12만 3748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정원 1200명 대학 100개 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니 지금 전체 대학의 1/4이 입학생을 한 명도 채우지 못 할 수도 있다.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고 하는 말이 허투루 한 말이 아니다.

대학의 정원이 줄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 벌어진다. 대학이 완전히 문을 닫지 않더라도 미달된 학과는 폐과나 통폐합이 될 것이고 교수는 당장 자기 전공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다른 학과로 이합집산하여 생소한 강의를 맡든지 아니면 교양을 맡든지 그것도 안 되면 학교를 그만 두어야 한다. 수십 년 간 죽으라 공부하여 겨우 교수가 된 교수는 물론이고 가정을 먹여 살려야 하는 직원들의 일자리도 한꺼번에 없어진다. 그리고 대학이 문을 닫으면 대학 주위는 순간 황폐화가 되면서 유령도시로 변한다. 학생이 없으니 학교 주위 상가들은 문을 닫게 되고 학생들의 기숙으로 먹고 살았던 다주택들도 텅 비게 된다. 많은 대학 건물들과 기자재들은 쓸모가 없어진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없다. 어떤 방법으로든 정원은 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방법이 문제다. 거칠게 생각해 보자.

국립대학은 거점대학으로 통폐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 도나 광역시에 한 국립대학을 두고 캠퍼스 특성화로 구조조정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이미 이 정부에서 구상하고 있는 대학정책이다. 그래서 위기에 처해 있는 기초학문도 지원해서 살려내어야 한다. 그리고 일부 사립대학는 종합대학이 아니라 과감하게 특성화하여 경쟁력 있는 특화된 단과대학 쪽으로 재편하고 국가는 재정을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지금까지 특수 대학들이 분별없이 모두 종합대학처럼 학과 개설에 욕심을 내어서 지금의 사단이 난 게 아닌가. 단적으로 말해서 해양대학에 인문대학이 있다는 것이다.

또 수도권 대학을 지방으로 분산하거나 정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요즘처럼 첨단 정보통신 시대 대학이 서울에 반드시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비싼 주거비와 비싼 생활비, 열악한 환경 속에 대학이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일부 우수한 대학들이 지방에서도 성공하고 있는 예가 있으니 지자체와 협업하면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과거 실패한 캠퍼스 개념이 아니라 아예 학생들은 환경이 좋은 지방에 복지시설과 교육 시설, 주거시설 등을 제공하여 상주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립이나 공립은 선호도가 높은 다양한 전문 특수대학들을 지방으로 옮기고 최고의 시설과 학생들에게도 최고의 혜택을 주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지방이 살아야 하고 나라가 살아야 한다.

대학들이 문을 닫게 됐다. 지금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결자해지다. 나라에서 그토록 정신없이 무분별하게 대학을 인가해 주었으니 당연히 나라에서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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