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범죄와의 전쟁
[천왕봉]범죄와의 전쟁
  • 이홍구
  • 승인 2021.03.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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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 이를 소탕해 나갈 것입니다.” 1990년 10월13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이다. 이 발표가 나오기 9일전 보안사 민간인 사찰 폭로로 정국은 뒤숭숭했다. 노태우 정권은 국면전환이 필요했다. 작전명 ‘범죄와의 전쟁’은 이렇게 시작됐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는 범죄소탕이라는 명분을 사회불안을 잠재우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자유당 정치깡패 척결, 국보위 삼청교육대도 그 일환이다. 그런데 현 정부도 LH 직원 투기 의혹과 관련해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전쟁하듯이 때려잡는다고 바로잡히는 것이 아니다. 시장의 기능과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서민의 억장을 무너뜨린 주범은 잘못된 정책 입안자다.▶이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은 양산 사저 농지 불법 매입 의혹을 제기한 야당을 향해 “그 정도 하시라”며 “좀스럽고 민망하다”고 직접 반박했다. 여당은 “염려마시라”며 방탄을 치고 야당은 “지겨운 위선”이라며 쏘아붙였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역겹다 못해 구토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다.

▶맹자가 말한 왕도정치는 ‘인의(仁義)’가 기본이다. 절제하고 인내하는 것이 ‘인(仁)’이고 합리적으로 사물을 구별하여 옳은 것을 쫓는 것이 ‘의(義)’다. 국민은 폭력과 억압에 통제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민중들이 사람을 선출할 때는 그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제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땅을 둘러싼 한국사회의 이전투구를 보면서 ‘막장정치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홍구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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