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없는 소멸국가 될 날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 없는 소멸국가 될 날 얼마 남지 않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3.15 15: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효 (논설위원)
정영효
정영효

독일의 법학자 게오르그 엘리네크는 국가를 이렇게 정의했다. 국제법상 국가인지 여부는 국민, 영역(영토), 국가권력(주권)의 3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헌법에도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제1조 2항),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제2조 1항),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제3조)”고 규정돼 있다. 국제법상 국가로서의 대한민국 존립기반은 국민, 주권, 영토에 있다는 사실을 헌법에 명확하게 밝혀 놓고 있다.

그런데 지금 국가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한 축인 국민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 존립이 위협을 받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의 자연감소다. 국가 소멸의 재앙이 이제 현실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작년 출생아 수는 27만 2400명으로 전년대비 3만 300명이 감소했다. 국가 도태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한 해 출생아 수 30만명대가 무너졌다. 갈수록 추락하는 저출산 때문이다. 2020년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 세계 198개국 가운데 꼴찌였다. 그것도 세계 2번째 꼴찌인 푸에르토리코(합계출산율 1.2명) 보다 크게 낮은 압도적인 꼴찌다. 반면 사망자 수는 크게 늘어났다. 작년 사망자 수는 30만 5100명을 기록했다. 전년 보다 1만 명이나 증가했다. 조(粗)사망률(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은 5.9명으로 전년보다 0.2명이 높아졌다. 조 사망률 증가 역시 압도적이다.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출생아 수를 추월했고, 그 결과 3만 2700명이 자연감소했다.

5000만 명이 넘는 전체 인구 중에 3만 2700명 감소는 적은 수치일 수 있다. ‘너무 호들갑 떠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수치를 단순하게 봐선 안된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첫 경고이어서 너무나 두렵고 무서운 수치다.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는 우리나라 총인구가 2029년에 5000만명 선이 무너지고, 2058년에는 4000만명 미만, 2076년 3000만명 미만, 2095년에는 2000만명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2100년경에는 1650만명으로 쪼그라들고, 2300년경이면 100만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나라가 채 100년도 안돼 존립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고, 200년 후면 사실상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더 두려운 것은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의 예측보다 대한민국 소멸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세를 보면 인구 감소 속도가 예측했던 것 보다 더 빨랐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 추계에서 한국의 총인구 감소 시점은 중위 추계 기준으로 2032년이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그런데 그 시점이 무려 12년이나 앞당겨졌다. 합계출산율과 사망률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악화됐다. ‘언젠가는 대한민국은 국민이 없는 소멸국가가 될 것’이라는 추상적 예언이 이제 구체화, 현실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걱정하지도,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은 인구 걱정은 뒤전이고, 오로지 후일 도모에만 골몰이다.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서울·부산시장 선거와 내년 대선에 올인, 권력잡기에만 눈이 뒤집혀 있다. 대다수 국민들도 인구 감소에 의한 국가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음에도 크게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다. ‘서서히 끓고 있는 물에서 삶아지고 있는 가마솥 개구리’ 처럼 대한민국이 점차 쇠락과 소멸의 길을 가고 있다. 그런데도 모두가 이를 알지 못한다. 이대로면 아마 현 세대가 후손들에게 국가를 소멸시킨 가장 못난 선조였다는 원망을 듣게 될 것이 뻔하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대한민국이 국민 없는 소멸국가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영효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