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폭행·폭언’ 민원인이 무섭다
악성 ‘폭행·폭언’ 민원인이 무섭다
  • 정희성
  • 승인 2021.03.22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무원 업무 지장·불안감 조성
청원경찰 증원·심리치료 등 필요
관공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민원인들의 폭행과 폭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고민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1월 불법 주·정차 과태료 이의신청 관련 민원업무를 맡고 있었던 서울 강동구청 1년차 공무원 A씨가 민원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말과 폭언, 협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한강에 투신한 지 약 두 달 만인 이달 초에 숨진 채로 발견된 가운데, 전국공무원노조가 악성민원 근절 투쟁에 나섰지만 민원인들의 폭행과 폭언은 경남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7일 공무원노동조합 고성군지부는 군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무원 보호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고성군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삼산면사무소에서 한 민원인이 사업처리 절차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내뱉고, 집기와 서류를 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이 과정에서 민원인이 던진 물건에 공무원이 맞아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진주에서도 지난 3일 야간에 진주시청을 찾아와 담당 공무원을 만나게 해달라며 행패를 부리다가 이를 제지하는 청원경찰을 지팡이로 폭행한 60대 민원이 구속됐다. 또 지난해 8월에도 진주에서 현장에 나온 공무원을 민원인이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을 당한 공무원은 전치 2주의 상해와 함께 정신적인 충격으로 병가를 냈다.

특히 지난해 6월에는 관공서를 방문한 민원인이 공무원을 상대로 폭행과 폭행을 한 사례가 3건이나 발생해 공직사회에 충격을 줬다.

50대 남성 B씨는 창원의 한 주민센터 복지 담당 여성 공무원에게 “긴급생계지원금을 더 달라”며 폭언을 하고 물건을 던진 혐의로 구속됐으며 거제시청 세무과에서는 민원인 C씨가 과태료 체납 업무를 하던 공무원이 수첩으로 자신의 차를 긁었다며 여성 공무원의 뺨을 때리는 일도 있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은 D(45)씨는 긴급생계지원금이 입금되지 않는다며 항의하다가 여성 공무원을 폭행해 기절시켰다.

민원인의 폭행과 폭언으로 공직사회가 불안감에 휩싸이면서 ‘악성 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민원현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노조 진주시지부 관계자는 “민원 부서에 가림막이 설치되는 등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며 “민원인들의 폭행을 예방하고 사건 발생 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청원경찰을 증원해야 한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보완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또 전화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전수녹취’도 필요하다”며 “사법당국도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민원인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벌하고 지자체도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폭언, 폭행을 당한 공무원에 대한 심리치료와 휴가지원 등 사후 조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성기자

 
공노조 진주시지부가 지난 1월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해 한강에 투신한 서울 강동구청 공무원을 추모하는 현수막을 최근 시청 앞에 내걸었다. 진주시지부는 현수막에 ‘민원인의 막말과 폭력은 범죄입니다’라는 글도 함께 적어 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