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남자들은 자꾸 여자를 가르치려 든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3.24 17: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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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보당 진주시 부위원장)
 

올해,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진주여성단체들이 함께 모여 ‘진주여성정치수다방’을 유투브 생중계로 진행했다. 당시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청하고 있었고, 여성단체 회원 60여명이 댓글에 참여하고 있었다. 첫 발제를 들으며 여성농민의 성차별 현실을 개탄하는 공감의 댓글들이 올라오는 와중에 성별이 남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끝없이 자신의 말을 해대기 시작했다. 여성이 대다수인 그 공간에 이 남성은 너무나 당당하게 맨스플레인(‘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가 결합한 조어로, 남성이 여성을 기본적으로 뭔가 모르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 붓는 태도)을 시작했다. 시청하고 있던 나는 분노가 치밀어 반박했으나 그는 자신의 말들만 쏟아냈다. 결국 여러 사람들의 신고로 그는 강퇴를 당했다.

2016년 가을, 서울에서 진행한 촛불집회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싸우는 우리가 이긴다, 박근혜 퇴진! 페미니스트” 현수막이 붙어있는 여성부문대회에서 몇 백 명의 여성들이 모여 앉아 있는데, 한 남자가 접근했다. 그는 참여하고 있는 여성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며 실랑이를 벌였고, 스텝들이 그를 경찰로 인계했다. 그 순간 수백 명의 여성들이 나처럼 화가 나서 그 남자를 밟았다면 그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비폭력을 외치며 꾹 참아내었다.

저 남자들은 어떻게 많은 여성들 앞에서 당당하게 지적하고, 욕하고, 화를 낼 수 있을까? 그 자신감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과연 다른 집회나 행사라면 그들이 저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자꾸 이런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일까? 리베카 솔닛(2014)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지적하듯이 남성들은 언제나 여성들을 가르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 오랜 기간 여성운동이 던지는 질문, “여성은 주체인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들은 여성이 집단으로 있어도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두려움은 없다. 왜냐하면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성들은 사회화과정에서 남성들에게 공격당할 수 있다는 교육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집단으로 함께 있어도 두렵다.

인도에서는 2019년부터 남성들에게 그런 경험을 안겨주는 여자들이 있다. 바로 ‘그린갱’이다. 녹색 옷을 입고 막대기를 든 여자들이 배우자를 구타하는 남자를 찾아 가서 실컷 두들겨 패고 돌아온다. 그 도움을 받은 여성들은 ‘그린갱’에 가입하고, 피해남성은 더 이상 폭력을 하지 못한다. 법과 제도로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직접행동에 나선 것이다(국가가 여성을 보호하지 못할 때 등장한 여자들 ‘그린갱’, 여성신문).

한국은 여성운동의 결과로 여성인권정책이 제도화되어 있다. 인도와 달리 공적인 영역에서 구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성평등은 아직도 멀다. 여성농민이 남성농민과 똑같이 노동을 하고, 심지어 더 많은 노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출하시 하(下)품은 여성이름으로, 상(上)품은 남성이름으로 출하되는 것이 관례라는 농촌의 현실은 한국 가부장제의 견고함을 보여준다.

성평등이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맨스플레인을 멈춰야한다. 이제는 성평등 정책이 생활에서 느껴져야 할 때이다. 여성을 가르치는 말은 이제 사회로 돌려주기 바란다. 그리고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성적대상도 아니며 누군가의 소유물도 아니다. 가정, 직장, 사회에서 폭력의 피해자로 살아가며 노동현장에서 차별받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맨스플레인을 발휘하는 에너지는 성평등 정책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데 발현해보자. 맨스플레인은 이제 그만!

전옥희 (진보당 진주시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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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미 2021-03-25 09:13:40
맨스플레인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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