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LH사태를 보며...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않기를
[기고]LH사태를 보며...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지 않기를
  • 경남일보
  • 승인 2021.03.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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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혁신도시지키기 진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어릴 적 시골집에서 살 때 빈대에게 물려 고생한 적이 있다. 할머니께선 ‘연막탄’이라는 훈증형 살충제를 밀폐시킨 방에 피워 연기로 박멸했다. 요즘,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시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부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발생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개발계획을 미리 알고 해당지역 토지를 취득한 후 보상을 받거나 개발 후 시세차익을 올리는 것이 우리 몸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빈대 같다.

LH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수사, 국회의 입법안, 정부의 보완책 등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마치 빈대를 잡기위해 ‘연막탄’을 터트린 것 같은데, 빈대를 잡으려 연기를 피웠다가 집에 불을 내고 마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지역민으로서 경남진주혁신도시 지정에서부터 LH통합본사 유치, 지역사회 안착을 위한 노력까지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오던 터라 최근의 LH사태는 걱정이 많다.

진주를 포함한 서부경남은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돼 규모면에서 경남 제1도시에서 4위로 전락했다. 다행히 진주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로 지정되고, 공공기관 이전완료 등 각종 사업을 펼치면서 낙후됐던 지역형편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경남진주혁신도시에 안착한 LH는 매년 24~27%의 지역인재를 선발하고, 지역 맞춤형으로 직원들을 통한 다양한 지역사회 공헌사업도 펼치고 있다. 지방세 수입도 2014년 223억원에서 2018년 기준 792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해 지방재정 확충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2000여명의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어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LH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와 관련해 LH의 해체나 조직축소까지 거론해 와해하려는 것은 진주지역 경제를 다시 일어설 수 없게 만들 것이다.

LH직원이 내부적으로 취득한 정보로 실명이든 차명이든 투기를 할 수 있게 만든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고, 그로인한 부당이득은 환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결과가 LH를 해체하거나, 기능 축소로 이어질 경우 LH가 수행하는 주택공급정책, 산업·물류단지 건설 등 국가정책사업과 청년창업·혁신성장 기반 조성하는 도시재생사업 등 각종 사업추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그로 인한 피해 역시 서민들에게 돌아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최근, 경남도에서는 부산과 통합을 연계한 중·동부경남 중심의 메가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서부경남은 국토안전관리원 인재교육센터 이전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시국에 LH 해체설까지 나오고 있으니 지역민으로서는 큰 걱정이 앞선다.

LH직원의 불법투기에 대한 강력한 조사와 곪은 상처를 도려내기 위한 개혁의 움직임은 시작됐다. 그러나 이것이 LH 존립자체를 흔들어 국가 정책사업을 그르치게 해선 안 된다. 곪은 상처를 치료하되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팔에 붙은 빈대는 떼어내고, 피나는 상처는 치료해야 하는 것인데 혹여나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말만 듣고 팔을 자르는 극단적인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LH가 내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지역사회에 성장동력으로서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서 주길 바란다.


김대성 혁신도시지키기 진주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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