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마음의 보약
잠은 마음의 보약
  • 경남일보
  • 승인 2021.03.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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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홍 (해마음정신의학과원장)
 

우리는 인생의 1/3에 해당하는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 평균 수명이 83세라면 평생 28년 가량을 자는 것이다. 깊이 푹 자고 일어나는 것은 꿀처럼 달콤하지만 대체 왜 우리는 삶의 상당 부분을 자면서 보내야만 하는 것일까. 잠을 자야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수면 중에 세포 내의 돌연변이가 치료되고 호르몬의 균형이 조절된다고 한다. 그래서 잠을 잘 못자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또한 수면 중에 신경 세포의 노폐물이 배출되고 낮 동안 경험한 내용들이 대뇌피질에 장기 기억으로 저장된다고 한다. 잠을 잘 때 꾸는 꿈도 기억들을 정리하고 저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꿈을 통해 욕구를 해소하기도 하고 두려운 상황들에 대처하는 것을 미리 연습하기도 한다. 이처럼 자는 동안에도 우리 몸은 많은 중요한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잠을 못자는 것은 여러 문제들을 일으킨다. 오랜 시간 수면이 박탈되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고 환각, 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는 분들을 보면 수면이 마음의 건강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잠을 못자는 사람들은 정신적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고, 정신적 증상을 겪는 분들은 흔히 불면증을 호소한다. 우울증, 불안증, 조현병 등 대부분의 정신 질환에서 불면증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나타난다. 이쯤 되면 잠을 마음 건강의 지표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만약 당신이 어떤 심리적 문제들을 겪고 있지만 불면증은 없다면 당신에게 심각한 정신 질환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아무리 삶이 힘들고 괴로워도 꿀잠을 잘 수 있다면 그래도 아직은 괜찮은 것이고 견뎌낼 힘이 남아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울증이나 불안증 환자들에게 치료제가 아닌 수면제만 처방해도 증상의 상당 부분이 호전된다.

마음의 건강을 위해 지금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잠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 적당한 운동과 명상이나 마사지, 반신욕처럼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활동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침대에서는 휴대폰이나 책 등 잠을 방해하는 활동들을 줄이는 수면 습관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을 시도해도 불면증이 지속될 때는 의학적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에 따라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크다.

정철홍/해마음정신의학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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