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피고 지는 꽃처럼
[경일춘추]피고 지는 꽃처럼
  • 경남일보
  • 승인 2021.04.04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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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보험 컨설턴트)
 
 

봄날이다. 봄은 따스하고 부드럽지만 강인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해낸다. 꽃만큼 피었다가 지는 모습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답게 피었다가 ‘후두둑’ 지는 모습에서 삶의 이치도 깨달아 평정심을 유지해야 할 텐데 지인들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을 보며 두려움이 커진다.

최근 목욕탕에서 다수의 감염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진주지역이 이목을 받고 있어서 진주에 산다는 이유로 장례식장 가는 것도 조심스럽기만 했다. 슬픔 중에 있는 사람에게 가서 슬픔을 위로하고 공감하는 것이 당연한 인간사일 텐데, 혼사도 예외는 아니다. 축하도 마음 놓고 할 수가 없다. 저 사람이 무증상 확진자가 아닐까?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예전의 일상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래가 희뿌연 안개 속 같이 여겨진다. 자욱한 안개 속을 달리다 보면 그 시간이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것도 잠시 안개가 걷히고 밝은 태양이 떠오르면 모든 사물이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드러내듯 백신이 이 상황을 거두어 주리라. 아침 햇살을 받아 피어나는 꽃들의 아름다운 모습에서 현실의 막연한 두려움을 위로 받는다.

의령 솥바위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대한민국 굴지의 삼성을 비롯한 부자가 많이 나온다는 곳. 진주시의 자랑스러운 지수면 승산 부자 마을 가운데 있는 100년 역사의 옛 지수 초등학교. 금성(LS, GS), 삼성, 효성 창업주가 다녔고 구태회 LS 그룹 창업주, 구자경 LG 그룹 명예회장, 허정구 삼양통상 회장, 허준구 GS그룹 명예회장, 허완구 승산그룹 회장 등이 배출된 대한민국 기업인들의 산실을 둘러보았다. 마을 기운이 평온하고 마을 사람들이 순하게 느껴졌다.

중소기업인들과 함께하는 일상에서 부자 마을을 돌아보며 따스한 시선을 되찾게 되었다. 여러 가지 사회 상황으로 나도 모르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두려움은 두려움 말고는 없다고 하는데 안 좋은 징조에 집착하며 불안을 키우는 나를 발견했다. 꽃들도 비슷한 시기에 피었다가 또 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슬픔과 허무함으로 힘든 나에게 봄은 상큼하고 파릇하고 부드럽게 색깔로 향기로 바람으로 꽃으로 곁에 와서 속삭인다.

봄처럼 따스하고 부드럽지만 강인하게 삶을 꽃피워 보라고.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꽃에게서 배우고 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의 해결책, 다윗 왕의 평정심을 위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유대인들이 항상 즐겨 읽는다는 지혜서 ‘미드라쉬’에 나오는 구절을 되뇌어본다. 김미경 (보험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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