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51) 삼학년/ 박성우
강재남의 포엠산책 (51) 삼학년/ 박성우
  • 경남일보
  • 승인 2021.04.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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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행간마다 동화가 빼곡합니다. 글자를 모르던 나이에 그림만으로 충분했던 동화 말입니다. 우리 동네에는 마을 가운데 우물이 있었습니다. 우물 주변에 옥수수 밭이 펼쳐져 있었고요. 달빛이 부서지는 밤에는 옥수수 잎이 저들끼리 부대끼는 소리를 냈지요. 초록의 잎들은 초록의 소리로 깊은 밤을 이야기 했습니다. 알곡이 익어가는 소리가 별자리를 수놓았지요. 이렇게 동화는 책에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삶 가까이에서 함께 했던 겁니다. 그것이 아름답든 서럽든 말입니다. 어떤 시는 시인의 이름만으로 가슴 푸근해지는 것이 있더군요. 시인 박성우가 제게는 그러합니다. 누가 읽어도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시를 그에게서 많이 접해서 일겁니다. 미숫가루와 사카린과 동네우물 두레박에는 친숙한 서정이 출렁입니다. 아득한 풍경이 그리워서 서럽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명력이 꿈틀거리는 3학년의 마음을 굳이 해명하거나 분석할 필요가 있을까요.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은 아이를 흐르는 대로 읽고 그냥 공감하면 되지 않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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