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기고]가장 한국적인 것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21.05.0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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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이수민삼계탕 대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1990년대 초 광고 문구로도 사용되었던 이 말이 30년이 지난 지금은 현실이 되어 전세계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를 시기라도 한 것일까? 이웃나라 중국에서 김치, 한복, 태권도에 이어 삼계탕까지 자기들의 문화이며 그들이 원조라고 우기기 시작했다. 필자가 20년 넘게 종사하고 있는 삼계탕이 남들도 부러워하는 우리 고유의 음식으로 인정받는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중국이 김치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파오차이는 우리의 김치와 생김새가 다르고 만드는 형태가 다른 별도의 음식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삼계탕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광동식 탕요리’는 닭고기와 인삼을 쓰는 것 외에는 맛과 조리법이 우리의 삼계탕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는 삼계탕의 역사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닭백숙은 삼국시대부터 먹었다고 전해 내려오지만 삼계탕의 존재가 처음으로 기록된 것은 1917년이다. ‘조선요리제법’에 ‘닭국’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닭의 뱃속에 찹쌀·인삼가루를 넣고 잡아 맨 후 끓인다.”는 내용이 지금의 삼계탕 조리법과 비슷하다. 이후 1924년에 닭국, 영계백숙을 모두 담을 수 있는 명칭인 “계탕”으로 변모되었다. 최근에는 닭과 육수를 따로 만드는 삼계탕 조리법도 있지만 필자는 닭의 뱃속에 찹쌀, 인삼을 넣고 한약재와 함께 푹 고와내는 전통 방식을 20년 넘게 고수하고 있다.

삼계탕은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 편한 음식이며,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에서는 삼계탕이 코로나를 이기는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다는 신문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삼계탕의 해외수출은 매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미국, 일본, 홍콩 등 전 세계 30여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간편식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삼계탕이 드라마에 방영되면서 인기를 끈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해외 시장에서 삼계탕의 인기에 힘입어 필자의 삼계탕도 홍콩으로 수출을 하게 되었다. N포털사이트에서 필자의 삼계탕을 드셔본 고객께서 필자에게 홍콩 수출사업을 역으로 제안해 주셨다. 삼계탕 전국 택배를 시작한지 1년 만에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해외 수출은 식품 검사 기준이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하여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우리 고유의 삼계탕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화학조미료 없이 오직 좋은 식재료로만 맛을 내는 필자의 삼계탕을 먹는 외국인은 필히 한국의 음식과 한국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필자가 나의 위치에서 내 나라를 위하는 애국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백범 김구 선생은 우리나라가 부력(富力)이나 강력(剛力)이 아닌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원하셨다. 높은 문화의 힘은 그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우리의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지켜 나갈 때에만 세계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그 도전의 새로운 발걸음을 이제 힘차게 내딛으려고 한다.

이수민 (이수민삼계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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