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섬, 푸른 보석을 찾아서 (1)거제 지심도
경남의 섬, 푸른 보석을 찾아서 (1)거제 지심도
  • 이웅재
  • 승인 2021.05.0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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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있는 범바위와 인어아가씨 상
생명과 자원의 보고인 섬. 경남은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섬을 가진 도시이다. 그런데 지난해 7월에야 ‘살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공모’로 섬 정책을 실현할 만큼 섬 정책이 빈약한 실정이다. 국토의 끝자락을 지켜온 섬 주민들은 소중한 존재이다. 섬은 주민의 생존 터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도 섬은 그동안 국가 균형발전에서 항상 소외돼 왔다. 섬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정책마련이 필요한 이유다. 섬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많은 자료(Date base)가 필요하다. DB구축에서 섬 문화와 역사, 자원, 주민 실상은 놓쳐선 안 되는 중요한 부분이다. 본보는 6회에 걸친 기획취재로 경남의 섬이 가진 보석 같은 자원(명승지, 유적지, 먹거리 등)을 조망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지심도 현황=행정구역상 경남 거제시 일운면에 속한 지심도(只心島)는 섬 모양이 한자 마음 심(心)을 닮아 이름 지었다 한다. 총면적은 0.356㎢, 섬 길이는 1.5㎞, 너비는 500m의 작은 섬으로 15가구 30여명의 주민 대부분이 관광객 등 외지 방문객을 대상으로 민박 및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조선조 18대 현종(1641~1674)때부터 15세대 주민이 살기 시작했으나, 1937년 일본 강점기 때 포대 등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강제이주 당했다. 해방 후 다시 주민들이 들어와 황무지 개간 등 삶의 터전을 일구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유인도 중 자연생태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섬인데 동백꽃 섬으로 유명하다. 큰 동백나무가 내리쬐는 햇빛을 가려주는 천연파라솔 역할을 할 정도. 이외 소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수가 울창하다.

장승포에서 지심도를 운항하는 동백섬호와 제2동백섬호, 제3동백섬호 등 3척의 선박이 평소에는 2시간 간격으로 1일 5회 운항한다. 그리고 년중 주말과 공휴일, 3월~5월, 8월은 1시간 간격으로 1일 9회 운항하며, 동백꽃이 피는 3월에서 5월초까지의 주말 공휴일은 약 20~30분 간격으로 운항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20분 정도다. 1954년 개교한 일운초등학교 지심도 분교는 1994년 폐교돼 현재는 마을 회관으로 사용하고있다.

 
산마루 활주로에 있는 동백꽃 조각상
◇지심도의 이모저모=한려해상국립공원이 시작하는 곳이다. 동백섬호가 푸른 물결 헤치며 지심도 선착장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눈 여행이 바빠진다. 먼저 범바위에 살포시 걸터 앉은 인어아가씨 상이 반겨준다. 용왕의 딸 인어아가씨와 수컷 호랑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마을 진입로에 들어서면 비렁따라 길게 늘어진 자연림이 무성하다. S자형 지그재그 길을 숨차게 오르며 마주하는 식당과 민박집은 섬마을 주민들의 삶을 짐작케 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섬 전체의 땅이 공유지라 증·개축이 제한 된단다. 최소한의 시설만으로 구축된 삶의 현장은 주민에게는 불편으로, 관광객에게는 70년대 추억의 장면으로 다가온다.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약 2시간이면 족하다. 한 때의 번영을 짐작케 하는 폐(廢) 일운초등학교 지심도분교장과 운동장, 그리고 활주로, 지심도 상징인 동백꽃 조형물, 포대(砲臺), 탄약고, 해안선전망대, 망루, 국방과학연구소 등 섬 전역이 문화재요 역사적 산물로 가득하다.

특히, 지심도의 자랑인 동백이 우거져 형성된 나무 터널은 ‘미지의 설렘’과 ‘마침내란 감동’으로 점철된다. 굵고 가는 동백나무가 얽히고 설켜 만들어진 동백나무 터널이 해안까지 수백미터 이어져 있다.

잠시 주어진 세상과의 단절은 아련한 추억과 상상을 불러온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마음은 낙원에 닿아 있다. 인간세상에서 쉬 볼 수 없는 몽환적 풍경은 세파에 찌든 현대인에게 일상 탈출 그 이상의 선물로 다가온다.

인간의 손길이 최소화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관광객을 유혹하는 지심도. 지심도 관광엔 안내인 또는 해설사가 필요치 않다. 오디오가이드를 활용하면 해당 관광시설물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오디오가이드는 지심도 관광지 20곳에 설치돼 있다. 서울대학생들의 재능기부와 섬 주민들이 수집하고 연구한 스토리텔링으로 만들어졌다.

먹거리도 대단하다. 그런데 고기잡이배로 어업도 하지 않고, 국립공원이라 마을 어장도 없는 지심도 주민들이 가내수공업 수준의 먹거리로 어떻게 관광객의 입맛을 사로잡았을까 의문이 든다.

이와 관련 민박 투숙객들은 ‘먹어보니 알겠더라. 특이한 재료는 아닌데 감칠맛이 있더라. 김치 한 조각, 장아찌 하나, 젓갈 한 종기에도 구미가 당기더라. 십 수년 동안 관광객을 맞아온 관록이 묻어나더라. 식사 후 숭늉은 덤이지만 정이 가득 하더라’ 등의 평가를 내렸다.

 
수백미터 동백나무 터널.
◇지심도의 특징=지심도는 섬이다. 그런데 섬 발전에 필요한 시설물이 없다시피 하다. 그 흔한 가로등 하나 없다. 년 15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이지만 안전하게 배를 댈 수 있는 방파제가 없으니 선박 계류장이 있을리 만무하다. 어선도 없고, 어부도 없고, 고기 잡는 그물도 보이지 않는다. 흔히 봐왔던 어촌과는 너무 다른 풍경에 이곳이 섬이 맞나 싶을 정도다. 좁고 험한 길에 자동차는 언감생심, 4륜 오토바이가 첨단 교통수단이다. 주민들은 어업에 종사하기 보다는 관광객과 낚시객을 대상으로 민박이나 식당 등을 운영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역설적으로 이래서 지심도가 뜨고 있다. 방치되다시피 보존된 자연생태계가 일상 탈출을 바라는 도시 관광객에겐 매력 덩어리다. 오염되지 않은, 아니 오염될 수 없는 바다 환경은 낚시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폐 지심도 분교
◇수난의 섬 지심도, 지심도의 수난은 아직도 진행 중

지심도의 숙박시설은 열악하다. 국립공원이란 제약, 내 땅 아닌 남의 땅(공유지)에 지은 민박시설의 한계는 시설측면에서 여느 관광지와 확연히 구분된다. 주위 자연환경과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에서 오는 인지부조화랄까, 조금은 더 나은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실제 지심도에는 그 흔한 가로등 하나 없다. 밤이 되면 암흑 천지다. 매년 15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오르내리는 선착장도 접안 시설이 되어 있지 않아 위험하기 짝이 없다. 요즘 일선 시군이 단 한명의 관광객이라도 더 유치하려고 애써 편의시설을 구축하는 것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이와관련 이상철 지심도 이장은 “우리가 사는 곳은 건물만 우리 것이다. 거제시는 땅을 분양해 주지 않는다. 이렇다 보닌 시설 증·개축이 안 된다. 오히려 거제시는 최근 우리 지심도 주민들에게 섬을 떠나라는 식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가 밝힌 거제시와의 분쟁을 압축해 보면 이렇다. 2017년 국방부로 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거제시가 ‘지심도 관광명소화 사업’을 거론하며 지심도 주민들의 이주를 추진하고 있다. 이주 대책도, 협의도 부실해 다툼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국민 권익위가 중재에 나섰다는 것이다.

사실 지심도는 일제 강점기를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민간이 땅을 소유해 보지 못한 지역이다. 일제 때는 군사요새화로 주민들이 쫓겨났고, 해방 후에는 국방부 소관으로 넘어가면서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했다. 이러한 사정은 소유권이 거제시로 넘어온 2017년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주민들은 “2008년 휴양하기 좋은 섬 Best 30에 선정되고, 2009년 1박2일 TV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섬에 불이 나면 불 끄고, 기름때로 오염된 마을해안도 청소하면서 지심도를 지켜왔다. 유인도의 장점은 필설로 거론하지 못할 정도로 많다. 없는 사람도 유치해 사람이 사는 섬을 만들어 가야할 판국에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나가라고 하는 거제시의 행정은 이해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웅재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장승포 선착장

 
지심도 선착장. 최소한 접안시설 조차 마련돼 있지 않아 탑승객들이 상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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