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야 남문외고분군·말이산 고분군 국가사적 통합
아라가야 남문외고분군·말이산 고분군 국가사적 통합
  • 여선동
  • 승인 2021.05.1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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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남문외 고분군, 말이산 고분군 통합 사적지정 예고(함안 남문외 고분군 전경)
문화재청은 ‘함안 남문외 고분군(도기념물 제226호)’이 아라가야 최고지배자의 묘역인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에 통합돼 국가사적으로 지정한다고 예고했다.

2018년부터 남문외 고분군 사적지정을 추진한지 약 3년 만의 성과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발굴돼 고적 및 사적으로 지정된 말이산 고분군에 비해 남문외 고분군은 1915년 첫 조사가 이뤄지고, 1940년 조선총독부의 고적(古跡)지정에 제외돼 오랫동안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후 2000년 경남도 기념물 제226호로 지정되면서 보존관리 영역이 됐다.

남문외 고분군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는 2013년부터 아라가야 왕궁지에 대한 정밀지표조사 후 2015년 남문외 11호분을 발굴조사 했다. 2018년 경남도의 사적승격 지원사업에 선정돼 2호분 주변 및 15호분 시굴조사, 6호분 7호분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남문외 고분군이 6세기 아라가야 최대 규모의 고분들이 조영됐다.

이에 함안군은 6세기 아라가야 최고지배자의 묘역으로서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남문외 고분군을 별도사적으로 지정 신청해 문화재청 검토결과 기 사적으로 지정된 말이산 고분군과 통합 지정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함안 말이산 고분군의 사적 확대지정은 문화재청의 심의를 거쳐 6월 중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남문외 고분군 국가사적 통합 지정

가야읍 가야리, 신음리에 위치한 남문외고분군은 1587년 한강 정구가 편찬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사찬읍지인 함주지(咸州誌) 고적조(古跡條)에서 존재를 처음 확인할 수 있다.

‘우곡의 동서쪽 언덕에 옛 무덤이 있는데, 높고 크기가 구릉과 같은 것이 40여 기이다. 세상에 전하기를 옛 나라의 왕릉이라 한다(牛谷東西丘有古塚, 高大如 丘陵者四十餘. 諺傳古國王陵云)’라고 돼 있다.

우곡리는 현재의 신음리, 혈곡리 일원에 해당하는 곳으로 동쪽의 언덕은 현재의 말이산고분군이고, 남문외고분군은 서쪽 언덕에 해당한다. 이는 오래전부터 아라가야의 왕릉으로 인식되어 왔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이들 두 고분군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1914년, 1917년, 1918년에 걸친 조사를 통해 고적으로 지정되어 관리된 말이산고분군에 비해 남문외고분군은 지정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남문외고분군은 2000년 8월, 경남도 기념물 제226호로 지정돼 본격적인 조사연구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2015년 11호분, 2019년 6호분과 7호분, 15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로 6세기 초~중반 가야문화권 최대 규모의 돌방무덤이 확인됐다.

남문외고분군은 6세기 초부터 가야문화권 최대 규모의 돌방무덤들이 구릉의 중앙부를 따라 열을 지어 조영되고 있으며 고분축조방식에 있어 기존 말이산고분군 돌덧널무덤 축조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아라가야 최고지배자의 묘역이 남문외고분군으로 이동했음을 알 수 있다.

 
함안 남문외 고분군 발굴 현장
◇남문외 고분군 사적지정을 위한 활동

남문외고분군과 말이산고분군의 통합은 민·관·학의 오랜 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이후 국립창원대학교(1980, 1991, 1995년)와 아라가야 향토사연구회(1997~1998년)의 세밀한 지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문외고분군은 그 대략의 분포와 현황이 알려지게 됐으며 이것을 기반으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해 2000년 도 기념물 제226호로 지정됐다.

이후 2013년 남문외고분군과 아라가야 왕궁지에 대한 정밀지표조사로 유적보존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2015년 남문외고분군 11호분 발굴조사를 토대로 2018년부터 남문외고분군 사적지정 추진을 했다.

먼저 남문외고분군의 역사적, 고고학적 성격규명을 위해 2013년 지표 조사된 고분 중 그 잔존상태가 양호한 6호분과 7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추진하게됐다.

이와 함께 고분군의 북쪽지역 및 남쪽지역 고분 분포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2호분 주변지역과 15호분 주변지역에 대한 시굴조사도 병행했다.

조사결과 남문외 6호분은 무덤방 길이 7.4m, 너비 2.8m의 6세기 최대 규모의 굴식돌방무덤으로 이전에 조사된 11호분보다 약간 이른 시기에 조영됐으며 고분축조방식에서 기존 말이산고분군과 동일한 고암반대 축조방식 등이 확인됐다.

조사범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15호분은 6세기 중엽의 고분으로 6호분, 11호분보다 늦은 시기에 조영된 고분으로 밝혀져 남문외고분군 주능선의 대형분이 구릉 북쪽에서 남쪽으로 시간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조영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말이산 13호분에서 확인된 벽면채색흔적도 발견돼 무덤채색의 문화가 약 100여년간 지속되었음도 확인했다.

이 조사결과를 토대로 군은 2020년 6월 사적지정신청서를 제출하고 사적의 가치에 대한 학술대회도 개최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에서는 남문외고분군의 역사적, 고고학적 성격을 고려할 때 기존 말이산고분군과 연속선상에 있으므로 통합지정을 권고하게 됐다.

 
남문외 6호 고분군 발굴 현장
◇남문외고분군과 통합지정의 영향과 정비 전망

남문외고분군의 통합지정으로 말이산고분군의 지정면적은 77만8820㎡로 고령 지산동고분군에 이어 국내 고분유적 중 두 번째로 큰 고분군이 됐다. 그러나 5~6세기 특정시기에 집중 조영된 지산동고분군에 비해 1~6세기라는 오랜 시기동안 아라가야 최고지배자의 묘역으로 조성되고 만들어진 말이산고분군은 가야고분군의 모든 변천사를 담고 있어 상징성을 갖는다.

또한 이러한 ‘大’말이산고분군은 지난 2019년 사적으로 지정된 가야리유적(사적 제554호, 19만5008㎡)과 아라가야 최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성산산성(사적 67호, 22만7821㎡)과 일직선상에 놓여 하나의 경관을 형성해 경관 그 자체만으로도 아라가야의 흥망성쇠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연속된 세 유적의 지정면적만도 120만1649㎡에 달해 명실상부 경남 최대의 가야 역사문화권역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제정돼 올 6월 10일 시행되는 ‘역사문화권 정비등에 관한 특별법’과 관련해 큰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문화재청에서는 6월 법시행과 더불어 기본계획 수립과 역사문화권 지정 준비를 추진 중에 있다.

이를 대비해 경남도에서는 지난해 초광역 가야문화권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함안을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준비 중에 있다.

특히 남문외고분군과 말이산고분군의 통합은 규모와 상징성에 있어 가야문화권 최대고분군으로 자리매김하게됐다.

이로써 말이산고분군과 아라가야 왕궁지인 가야리유적, 성산산성 등이 한곳에 자리잡고 있는 보기드문 케이스가 됨과 동시에 역사문화권 지정과 정비사업추진을 위한 국가적 당위성을 확보했다.

기원전후 널무덤에서 4세기 대형덧널무덤의 출현, 5세기 무렵 대형덧널무덤에서 거대한 봉분을 가진 돌덧널무덤으로의 전환, 6세기 호석을 가진 초대형 굴식돌방무덤으로의 전환을 모두 담고 있는 말이산고분군은 그 자체로 600년 가야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타임캡슐이다.

조근제 군수는 “남문외 고분군과 말이산 고분군의 통합지정으로 말이산 고분군은 가야고분군 중 가장 오랜 시기 조영된 최대 규모의 가야유적으로 발돋움하게 됐다”면서 “이제 함안은 가야리 유적(사적 제554호)-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성산산성(사적 제67호)으로 이어지는 가장 완전한 가야고도의 유적 경관을 갖췄기에 이를 잘 정비해 아라가야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선동기자 sundong@gnnews.co.kr



 
가야리 유적(사적 제554호)-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성산산성(사적 제67호)으로 이어지는 가야 고도의 유적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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