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꼰대’와 청년정책
[기고]‘꼰대’와 청년정책
  • 경남일보
  • 승인 2021.05.1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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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명 (전 하동교육장)
최근 우리사회에서 관심을 끄는 두개의 화두는 ‘꼰대’와 ‘청년’이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청년들의 분노는 오랜 조직문화 속에서 가장 불공정한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온 ‘꼰대’들을 심판한 선거로, 이는 수구적 성향을 가진 기성세대들에 대한 청년들의 마음이 표출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 올라섰음에도 청년들의 삶의 현장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취업난으로 인한 생활고와 사회적 고립, 집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잃은 청년들이 ‘벼락거지’ 신세가 되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탈출구를 찾아 누군가에는 폭탄이 될 가상화폐에 투자하면서 ‘한방거지’도 될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런 환경을 만든 원인은 기성세대들의 반칙과 위선과 특권의식이 청년들이 중시하는 기회와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훼손하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청년정책은 일자리 늘리고 만드는 것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들이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을 해서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며, 재산을 형성하여 한 평생을 살아간다는 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취업을 해도 ‘부모찬스’ 없이 집을 마련하고 가정을 이룬 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늘리는 문제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전반의 관행과 정책에 대해 고민해야할 시점이다.

청년들은 기회와 공정과 정의의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최근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기회의 문’은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다. 노동과 주택시장에 먼저 진입한 기성세대들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청년들의 몫을 사라지게 하지 않을까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국 기성세대에 비해 계층 이동의 기회는 줄어들고 자신들이 올라갈 사다리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자신감마저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

청년문제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어려운 과제다. ‘눈물 젖은 빵’을 경험하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것을 부모세대들은 진리로 여기고 살아 왔다. 따라서 어렵게 살아온 젊은 시절의 고생이 언젠가는 보람으로 돌아온다고 지금도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기회와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훼손된 지금, 자식들에게 ‘삶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부모의 조언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자식들에게는 아무런 동기부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부모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정부에서는 매년 청년구직자들을 적지 않은 예산으로 지원한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가식적 지원으로 취업 이행기의 일시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정책의 지속성을 이룰 수 없다. 정부는 경제체질 개선을 통해 성장을 이뤄야만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확신을 가지고 중장기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즉 일자리의 다변화와 과감한 투자, 산업구조에 대한 고민, 규제에 대한 새로운 발상, 정부의 시장개입 등이 개선돼야 한다. 이런 환경이 만들어 진다면, 자유롭게 경쟁하고 공정하게 심판받고 떳떳한 보상과 책임도 지는 청년들을 우리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국가든지 공정과 정의에서 멀어질수록 사회는 암울해 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특히 특권층에 있는 기성세대들의 사고가 과거에 갇혀 현실을 보지 못하면, 다원화된 사회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할 수 없다. 공정과 정의의 가치가 세대를 넘어 시대의 가치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꼰대’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강조하고 싶다. 최길명 (전 하동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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