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수처작주(隨處作主)
[교단에서] 수처작주(隨處作主)
  • 경남일보
  • 승인 2021.05.2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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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오랜 시간 지기를 다져온 벗이 필자가 사는 지역으로 이사를 왔다. 30년 전의 추억을 소환하는 반가운 일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사적 모임을 거의 배제하고 지내는 상황이라 그를 환대하는 모임은 아직 갖지 못했다. 가까운 곳이라도 그저 온라인을 통해 환영인사를 나누며 실로 오랜만에 젊은 시절 함께한 글벗들과 소통하고 자잘한 행복감에 취했다. 온라인 소통을 위해 카톡방을 열다가 글벗들 중 평소 존경하는 교수님의 프샤에 소개되어 있는 ‘수처작주(隨處作主)’라는 한자어를 발견했다. 그 의미가 새겨볼 만하여 여기 소개하고자 한다.

​ 수처작주는 당나라의 스님이었던 임제 선사가 남긴 말로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라.’ 즉 ​'주인의식을 가지고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말은 주인의식을 갖지 못할 때 생기는 나태를 경계하는 말로도 볼 수 있다. ‘지금 서 있는 곳이 곧 진리다.’는 입처개진(入處皆眞)과 함께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入處皆眞)’으로 많이 쓰인다.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돼라. 지금 있는 그곳이 진리의 자리다’는 것은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창의적으로 행동하면 그 자리가 행복을 가져온다는 의미이다. 주변 환경이 어렵더라도 자신이 만족하여 사는 곳이 제일이라는 것까지 의미를 확대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긍정적 사고와 유명한 라틴어 시구 카르페디엠(Carpe diem)과도 일맥상통한다. 좀 더 깊이 새겨보면 성경의 ‘오리(五里)를 가자고 하면 십리(十里)를 가줘라’,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도 내주라’는 말과도 의미가 닿아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처작주를 기억하며 어느 곳에나 주체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는 주인의식을 갖는다면, 그 사람이 속한 단체나 조직은 발전할 것이다. 주인이 된 마음자세는 환경 탓 남탓과는 거리가 멀다.

우연히 만난 ‘수처작주’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설정한 꿈의 방향이 다소 흐트러진 시점에 놓인 필자에겐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갖게 해주는 말이다.

지금 코로나19로 지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것은 마음공부로 보인다. 누구든, 자신의 꿈을 위한 작업에 앞서서 마음공부를 챙기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인터넷 검색 중 [걷고의 걷기일기]에서 의미 있는 구절을 또 발견한다. ‘수행의 목적은 상황에 끌려다니지 않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수처작주다.’ 최숙향 (시인,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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