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중국의 체리 산업에서 얻는 교훈
[농업이야기]중국의 체리 산업에서 얻는 교훈
  • 경남일보
  • 승인 2021.05.2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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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둥성은 인천에서 우는 닭 울음소리가 들린다고 할 정도로 한국과 가까운 지역이다. 인천에서 서쪽으로 400㎞가 채 되지 않는 바닷길을 건너면 되는데 비행기로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산둥성은 온대기후대에 속하며 동쪽으로 바다에 둘러싸여 있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한 해양성기후로 사과, 배, 포도 등 중국 내 최대 과일 주산지이다.

산둥성의 옌타이시는 중국에서 체리 재배를 처음 시작한 곳이며, 가장 많이 재배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1871년 미국인 선교사가 10개의 체리 씨앗을 옌타이시로 가져온 것을 시작으로 중국의 체리 재배 역사는 시작되었다. 1880년대 옌타이시 라이산지역의 주민이 한국에서 ‘나폴레옹’ 체리 품종을 가져왔다는 기록이 있어 한국도 그즈음 체리 재배를 시작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중국의 체리 재배는 오랜 시간 느리게 발전하여 196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국가연구기관에 의해 체리 품종 육종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1990년대 산둥성과 랴오닝성에 대규모의 상업적인 체리 주산지가 형성되면서 재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중국의 생식용 체리 재배면적은 18만㏊이며 산둥성이 그 절반인 8.2만㏊이다. 재배 방식도 가온 재배, 비 가림 재배, 노지 재배로 다양화하여 중국대륙의 동서남북을 아우르며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이나 체리가 생산된다. 이렇게 생산하는 체리는 연간 120만 톤으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정도로 많다. 생산되는 체리는 중국 내 소비가 대부분일 정도로 중국인들의 체리에 대한 관심과 소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춘제(춘절)기간 동안 체리 소비가 가장 많은데, 이 때 칠레 체리 수출량의 85%를 중국이 차지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체리 사랑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은 체리의 품질 향상과 생산량 증대를 위한 국가와 농업인의 의지가 강하다. 연구기관은 다양한 품종 육종과 재배 기술을 연구하고, 농업인은 지역에 맞는 품종을 재배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괄목상대한 체리 산업 발전은 100년 이상의 기다림이 있었다.

한국도 중국과 비슷한 시기에 체리가 도입되었다. 중국보다는 늦었지만, 국가연구기관에 의해 품종 육종이 시작되었고, 체리를 재배하고자 하는 농업인의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고품질 체리를 생산하기 위한 품종 선택과 재배 기술에서 어려움이 많다. 과수 재배에 노련한 농업인도 체리 재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과수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공백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견디고 있다. 어쩌면 중국보다 더 길고 느리게 발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은 수입산 체리의 크기와 맛에 현혹되어 국산 체리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중국 체리 산업 발전에 오랜 기다림이 있었듯 이 또한 재배기술을 축적하고 있는 노력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좋겠다. 느긋한 기다림으로 가까운 미래에는 고품질 한국산 체리를 우리주변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이서현 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사



 
이서현 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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