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로 빼앗긴 오월은…
[기고]코로나19로 빼앗긴 오월은…
  • 경남일보
  • 승인 2021.05.27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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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열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초록의 푸르름을 더해가는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고 어린이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석가탄일 날, 성년의 날, 그리고 감사의 달이 있다.

5월! 활짝 핀 빨간 장미꽃이 연상되는 날에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연을 찬미하고 흥취가 이는 그야말로 일년 중 가장 행복한 시기이다. 현실은 어떤가. 1년 반이 지난 코로나19의 여파로 감사의 봄날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구(詩句)에서 황폐한 인간의 정신적 상황을 형상화해 표현한 잔인한 4월이 지금까지 계속되는 시련에 인간이 자연에 얼마나 미미하고 연약한 존재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인간이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안타까움을 표현한 옛말들이 참 많다. 중국 4대 미녀 중 한 사람인 왕소군(王昭君)은 본래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였으나 후에 흉노족에게 화친의 볼모로 시집을 가서 회한의 시절을 보내게 된다. 나중에 당(唐)나라의 시인 동방규는 ‘소군원(왕소군의 원망)’이라는 시를 지어 그의 원혼을 달랬다. 그 안타까움을 나타낸 춘래불사춘 (봄은 왔으나 내 마음 속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이란 말처럼 도민의 마음속에는 봄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잠시 끝날 것 같은 코로나19는 참으로 끈질기게 떨어지지 않고 계절의 여왕 5월을 통째로 삼키고 있다. 이제와 초기대응이 어떠니 방역정책의 실패라는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떻게든 빨리 종식시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고 이행해야 한다. 지금 몇몇 나라에서 코로나 종식 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둘러싼 우리나라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잠잠해지든 코로나가 날이 갈수록 확진자 수가 더 증가는 추세로, 그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해 온 도민들은 이런 변화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정신적 한계를 느끼고 안일함에 빠져드는 기세다. 이럴 때 일수록 단결력과 원칙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난파선은 기나긴 항해의 긴장감이 풀리는 항구에 가까워 질 때 가장 많이 생긴다고 한다. 바뀐 우리의 일상과는 관계없이 시간은 지나 하늘은 맑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 꽃은 핀다. 이렇게 야외 활동하고 싶은 좋은 계절 5월은 찾아왔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많아져 관광지마다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면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좋은 일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느슨해진 거리 두기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더 크다. 도민 모두는 나 혼자만의 방심이 나라 전체의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코로나 사전검사 행정명령의 이행 등 기초부터 원칙을 지키야 한다.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코로나 유행의 위기는 지나갈 것이다. 그때까지 아직은 조금 더 몸은 멀리 마음은 가까이하며 지금까지의 기울인 각고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다시 찾아올 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 고난을 견뎌내고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물음에 “해방”이라는 답변을 내어 놓았다. 이제 랜터월슨 스미스의 시구처럼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내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마지막으로 아직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 일선에서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그 전과 같은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길 기도한다. 우리의 저력으로 코로나 또한 이겨내고 빼앗긴 봄을 되찾는데 온 힘을 모으자. 박정열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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