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두부와 두만강(豆滿江)
[경일춘추]두부와 두만강(豆滿江)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3 17: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숙 (콩살림지기)
 

 

감꽃이 필 때면 아버지는 이른 새벽 누렁이에게 여물을 잔뜩 먹이고 “이랴이랴” “자라자라” 한참동안 밭을 갈고 두둑을 만들고 콩을 심으셨다. 소가 콩밭을 지나치면 콩잎을 먹으려고 해서 힘이 달려서 끌려 다닌 기억도 있다. 콩이 좋은 것을 본능적으로 소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남편은 25년 전부터 전통장류 만드는 일을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남들은 친정 부모님께 된장을 갖다 먹을 때 나는 남편 덕분에 된장 걱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안전하게 먹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젊어서부터 관절염으로 고생하지만 아직도 버티며 살아 있는 것도 매일매일 우리나라 콩으로 만든 장을 섭취해서 그런 것 같다.

예로부터 혼례 절차 중 신랑 집에서 함을 보낼 때 메주콩을 주머니에 담아 함 중앙에 넣어 보냈는데, 이는 며느리의 심성이 부드럽기를 기원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던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를 보면 감옥에서 나오면 두부를 먹게 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이 아닐까? 값싸고 고단백의 영양식을 빨리 먹이려는 마음과 두부처럼 하얀 사람(깨끗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유월은 호국보훈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이라는 노래를 기억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에 불리어진 이 노래는 가족보다 나라를 선택하고 자신의 목숨을 버렸던 독립투사와 남편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바쳐야 했던 아낙네들의 슬픔이 담겨 있다. 그 슬픔과 비극 중인 전시(戰時)에도 단기숙성으로 단시일 내에 제조하여 먹을 수 있게 만든 장이라 하여 전국장(戰國醬), 또는 청나라에서 배워온 것이라 하여 청국장(淸國醬)이라고도 하며, 전시장을 섭취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3000년, 삼국시대 초기에 콩을 심어왔다고 한다.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할 만큼 영양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고, 위를 건강하게 하고 몸속의 독을 중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콩으로 만든 메주가 두통과 열을 다스리고, 땀을 내리는 효능이 있으며, 체했을 때나 천식에도 효과가 좋다는 기록이 있다. 황색보석이라 불릴 정도로 사람에게 좋은 작물이다, 함경북도 회령군 오동의 청동기시대 유적에서 콩이 출토된 점 등으로 미루어 만주 곧 옛 고구려 땅, 그러니까 콩이 가득 찬 강이라는 뜻의 두만강(豆滿江)의 한자에서도 우리나라가 원산지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배를 띄우고 부드러운 두부를 으깨듯이 남과 북의 경계를 헐어버리고 오래도록 온기를 가진 뚝배기에 은근하고 깊은 정을 나누는 평화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박종숙 (콩살림지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