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송천 김용태 선생
[경일포럼] 송천 김용태 선생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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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올해는 송천 김용태 선생의 탄생 백주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거나 기념하거나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1921년 고성에서 태어났다. 대구사범학교에 재학할 때 비밀결사에 가입해 몰래 암약한 사실이 발각되어 옥고를 치렀다. 해방 이후에는 일찍이 교육계에 투신했다. 국어학자로서 마산대학에 재직한 다음에, 진주교육대학장이 되었다. 그의 인생의 황금기는 이 재임 시절(1969~1977)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진주교대에 입학했을 때 그는 학장이었다. 1976년 3월 초,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풍신이 좋은 그는 120명의 신입생을 세워 놓고 입학식 기념의 뜻을 밝혔다. 오늘, 여러분은 나라의 부르심을 받았다. 예비 교사로서 소명의식을 가져달라는 말이었다. 강의하기를 무척 좋아해서 걸핏하면 신입생을 모아 특강을 했다. 나는 솔직히 말해 학교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으나, 한 달에 한두 차례 하던 학장의 특강에는 열렬히 호응했다. 그는 국어학, 역사학, 민속학, 국가안보론 등에 걸쳐 종횡무진으로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고성오광대에 관한 기록 필름을 보여주면서 열강하던 모습이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은 고대 신라어 ‘사무’에 관한 거였다. 이 말은 한자어 스승 사(師) 자에 해당하는 고대어라는 것. 향가를 지은 융천사니 충담사니 하던 이가 사무였단다. 불교의 고승이면서 동시에 화랑의 지도자인 사람에게만 붙이는 존칭이란 것. 이 말이 일본으로 건너가 ‘사마’가 되고 또 ‘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본디 ‘사마’는 귀족에게만 사용하던 존칭이었는데, 근세 이후 평민에게도 ‘상’이란 존칭을 부여하게 된 것. 예컨대, 스즈키 상이니, 다나카 상이니 할 때의 그 상 말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낱말에도 이처럼 역사성과 다문화성이 있다는 사실을 두고 매우 신기해했다.

그 해 정부에선 한 도에 한 교대만 존치한다는 정책을 갑자기 발표했다. 기존의 다섯 개의 교대가 사라져야만 했다. 광주교대와 목포교대, 춘천교대와 강릉교대 등 중에서 네 군데는 존폐가 이미 결정되었다. 경남 지역만이 진주교대와 마산교대 중에서 한 교대가 사라져야 했다. 전통이 있는 진주교대와 시세가 큰 도시의 마산교대 중에서 어느 학교가 없어질지에 관해선 아무도 몰랐다. 학교 존폐의 문제가 초미의 과제가 되었던 그해 가을에, 김용태 학장은 정계와 관계, 재경동문회 등을 설득해 진주교대가 존속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는 진주교대 동문과 진주 시민의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일을 잘 마무리하고, 그는 바로 부산으로 떠났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 고대국어를 전공한 국어학자, 고성 교육구 교육감에서부터 시작해 교육기관장을 여섯 차례 역임한 교육행정가, 한글학회 부산지회장을 네 차례 연임한 한글운동가였다. 그는 고향 가까운 진주로 돌아와 20년 정도 여생을 보내다가 눈을 감았다. 나는 진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가 점심 때 중앙시장의 죽 파는 집에 들러 지인들을 만난다는 얘기들을 전해 듣기도 했다. 그는 내게 자랑스러운 은사다. 그를 기억하고 기념하고 선양하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울 뿐이다.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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