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우리 아파트는 4억 이하로 팔면 안돼요
[경일춘추]우리 아파트는 4억 이하로 팔면 안돼요
  • 경남일보
  • 승인 2021.06.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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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진주교원단체총연합회장)
 

 

한여름의 열기처럼 뜨거운 부동산 문제로 온 나라가 난리인데 마침 아파트 문제를 다룬 영화가 있어 관심을 끈다. 바로 ‘목격자’다.

보험회사 직원인 평범한 주인공은 그동안 박봉을 모아 조그만 아파트를 마련하여 벅찬 감성으로 새벽 두 시경에 희열의 맥주 한 캔을 마시는 순간, 아파트 한가운데서 잔혹하게 망치로 살해당하는 여인의 모습을 아래층 여자와 함께 보게 된다.

경찰의 간곡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아파트값 내려간다’ 고 아무도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

얼마 안 가 아래층 여자 역시 정신지체 아이와 함께 잔혹하게 자기 집에서 살해당하고 산속에 시체가 유기된다. 주인공은 직감으로 자기 가족의 위험을 눈치채고 죽기로 달려 아파트에 도착하니 아내와 딸은 망치로 살해당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마침 배달 온 사람들과 마주친 범인은 비를 뚫고 산속으로 도주한다. 주인공은 힘없는 중년 가장이지만 이를 악물고 처절한 격투 끝에 범인을 죽이고 피투성이 몸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딸 품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첫 눈이 내리는 날 이사를 가는데 부녀회장이란 여자가 “우리 아파트는 4억 이하로 팔면 안돼요~” 라는 속물어린 멘트와 탐욕스런 눈빛으로 이들을 배웅한다.

우리는 이웃사촌이 아니라 콘크리트 벽 속에서 ‘프라이버시’란 단어와 함께 나도 모르게 혼자 늙어간다. 담은 넘을 수 있지만 벽은 넘을 수 없다. 더 가관인 것은 피살된 아래층 여자 남편이 실종 전단지를 부착하자 아파트값 하락한다고 붙이지도 못하게 한다.

실종된 강아지 찾는 전단은 붙여도 아무 말도 안하면서…, 사람이 강아지만도 못하단 말인가! 이 허무하고 각박한 세상의 인심이 감독이 지어낸 허구가 아님을 우리는 잘 안다.

외물봉신(外物奉信)이라 바깥 사물에 온통 눈이 팔려 진작 돌보아야 할 자신을 돌보지 않고 부귀와 권력에 맛들면 이성은 물 건너가고 재물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간다

작금! 갈 곳 잃은 젊은이들은 온통 일확천금의 코인에 정신이 없고 권력을 가지거나 눈치 빠른 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석복수행(惜福修行)의 가르침은 뒤로하고 평생 먹고 살 재산 챙기다가 연일 언론에 회자된다. “나무는 먹줄을 따르면 곧게 되고 임금은 충신의 간언을 들으면 성군이 된다”는 가르침이 새삼 떠오른다. 박상재 (전 서진초등학교장·진주교원단체총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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