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희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늦은 저녁, 쉬고 있던 내 집 앞에 한 친구가 찾아왔다. 찾아온 이유는 그냥 보고 싶어서였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 뜬금없이 친구는 나에게 “넌 지금 행복해?”라고 물었다. 나는 “그저 그래.”라고 답했다.
그 친구는 내가 ‘번아웃 증후군’을 겪는 상태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물어본 질문이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포부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전력을 다하는 성격의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내 성격은 무언가를 해야 하면 완벽하게 끝내야 하는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또, ‘후회하지 말자’는 좌우명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던 무조건 후회는 없어야 했다. 이 생각이 내 생활을 옥죄었다. 후회하면 안 된다는 강박증이 내 하루하루를 힘들게 만들었다.
지금은 전에서 좀 더 발전해 1년, 10년, 죽기 전. 이렇게 3개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있다. 1년 안에 이룰 건 10개, 10년 단위로 이룰 건 30개, 죽기 전은 100개처럼 나만의 규칙도 생겼다. 버킷리스트를 이루면서 실패도 수없이 했다. 이루지 못한 버킷리스트는 내년으로 연기해 우선순위에 뒀다. 그러나 이뤘다는 성취감이 더 커서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었다.
버킷리스트는 내가 고생하고 노력했던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행동이다. 1년이 끝나가기 전, 자신이 이룬 버킷리스트를 보면서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자찬하며 고생했다고 토닥이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삶에 지쳐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다. 지금 내 삶에 의욕이 없다면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버킷리스트는 내일을 살아가게 만드는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주희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