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경남의 빼앗김·차별·소외 역사는 계속된다
[경일시론]경남의 빼앗김·차별·소외 역사는 계속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6.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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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경상도를 남북으로 분리하여 ‘경상남도’라고 하는 지금의 행정구역이 확정된 때가 1896년이다. 당시 진주가 도청 소재지였다. 그리고 125년의 성상이 흘렸다. 그동안 경남은 차별과 침탈 피해가 유난히 심했던 지역이다. 식민지 시절에는 일제에 의해, 광복 후에는 정권과 정치권의 이익에 따라 일방적으로 분리되고, 강제로 빼앗기고, 혜택에서 차별받았으며, 개발에서도 소외·제외됐다. 지역의 이익과 의견은 완전히 무시된 채 땅도, 행정기관도, 산업기반도, 공항도, 바다도, 사람까지도 빼앗겼다.

진주에 도청이 소재할 당시 경남은 지금의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행정 등 모든 분야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일제가 1925년 경남도청을 빼앗아 부산으로 강제 이전하면서 경남은 차별·배제·소외·빼앗김의 역사가 시작됐다. 일제는 경남의 사람을 징용·징병했고, 부를 수탈했다. 각종 개발에는 소외·배제됐다. 일제는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해 조선의 모든 재원을 수탈, 본국으로 가져갔는데 경남의 피해가 가장 심했다. 심지어 서울과 부산으로도 보내졌다. 부산은 대륙침략의 전진기지로 만들기 위해, 서울은 식민통치 차원에서 빼앗아 갔던 것이다. 경남에 있는 인재, 산업, 자본, 기업 등이 일본으로, 부산으로, 서울·인천 등 수도권으로 빠져 나갔다. 그리고 경남은 피폐해졌다. 사람도, 자본도, 기업도 경남에서는 살 수 없어 일본으로, 부산으로, 서울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악순환은 광복 후에도 계속됐다. 역대 정권들이 일제의 수탈형 중앙집권정책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모든 정책이 서울 중심으로 수립, 집행됐고, 그 바람에 재원의 서울 집중화는 점차 가속화됐다. 지방은 인재·자본 등 모든 재원을 빼앗기며 정치적·경제적 자립 기반이 붕괴되며 황폐화·피폐화의 길을 걸었다. 반면 서울 등 수도권과 대도시는 개발의 특혜 속에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급격히 팽창됐다. 우리나라는 수도권·대도시에 집중 투자하고 지방은 수도권과 대도시 발전을 위해 희생하는 체제로 성장해왔다. 경남도 이러한 체제의 희생물이 됐다. 지금 합치고자 하는 부산(1963년)과 울산(1997년)을 정권과 정치권이 경남의 의견 수렴도 없이 그들의 이익에 따라 강제로 분리시켰다. 이로 인해 경남의 경제적 기반은 붕괴됐고, 침체의 늪에 한동안 허덕거렸다. 경남의 땅이 부산에 강제 편입되는 불이익을 4번이나 당했다. 경남을 떠났던 도청이 돌아오기까지 무려 58년이 걸렸다. 광역교통망에서 소외·배제된 탓에 인프라 부족으로 대동공업 등 경남 굴지의 기업들도 하나 둘 경남을 떠났다. 최근에는 현 정권의 탈원전으로 경남의 주력산업인 원전산업 마저도 무너졌다.

근 100년 간 지속된 배제·소외·빼앗김의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부내륙철도 착공은 지연됐고, 공공기관 2차 이전도 무산됐다. 심지어 줬던 것 마저 빼앗아 가려고 한다. 인천에서는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천 항공MRO(항공정비)를 집요하게 빼앗으려 하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 정권은 LH 조직을 분리, 축소해 다른 곳으로 빼 가려고 하고 있다. 경남이 겨우 기지개를 펴려고 하는데 정권에서, 정치권에서, 수도권에서 경남에 주었던 것 마저도 다시 빼앗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배제·소외시키는 것도, 빼앗아 가는 것도 나쁘지만, 줬다가 빼앗는 게 더 나쁘다. 지금 정권과 정치권, 수도권이 경남을 상대로 더 나쁜 일을 하고 있다. LH, 항공MRO 경우를 보면 지금의 정권·정치권·수도권은 일제 처럼 경남을 그들의 식민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지역의 의견이나 반발은 물론 국익 마저도 깡그리 무시한 채 이렇게까지 강행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들 입맛에 맞게 쪼개고, 빼앗고자 하는 행태가 식민지시대 일제와 독재권력이 행한 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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