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시중 가 600원 내외)도 안 되는 한 자루의 볼펜이 지난 2001년부터 미국 뉴욕 현대 미술박물관에 영구작품으로 전시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1950년부터 프랑스 BIC이라는 볼펜 전문제조사가 1회용 필기구로 파격적인 저가로 팔기 시작한 ‘Bic Cristal’이라 제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1000억 개 이상이 팔린 볼펜이다. 이 BIC이라는 회사는 1945년 마르셀 비슈(Marcel Bich)와 에두아르 뷔파르(Edouard Buffard)가 함께 설립한 필기구 부품 공장으로 출발하였다. 창업자인 마르셀 비슈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태어났지만 1903년 가족이 프랑스로 귀화하여 빠리 대학에서 법학사를 취득하였다. 1945년 잉크 회사의 생산 부장이었던 그는 동료 엔지니어인 에두아르 뷔파르와 함께 빠리 근교 끌리쉬의 조그만 공장을 매입하여 팬대와 연필심과 같은 필기구 부품들을 생산하는 P.P.A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하청을 받아 운영을 하다 보니 초창기에는 어려움을 겪다가 1938년 최초로 볼펜의 특허를 낸 헝가리 출신의 라슬로 비로(Laszlo Biro)의 특허권을 사들여 1950년에 ‘BIC’이라는 상호의 기업을 창립하여 가위 혁명적이라 할만한 ‘Bic Cristal’이라는 볼펜을 말도 안 될 만큼의 헐값으로 팔기 시작하였다. 그가 1회용 필기구의 컨셉으로 발명한 이 볼펜을 1950년부터 세계 5대륙에 걸쳐 천억 개 이상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금은 BIC의 문구용품들이 전 세계시장의 1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 최대의 볼펜 제조회사가 되었다. 특히 1970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BIC의 4색 펜(BIC®4 Couleurs®)은 프랑스 공산품의 자랑이자 바로메터였던 터라, 2011년 G7과 G20 정상회담에서 참여국 정상들에게 선물로 주어지기도 하였다. Bic 볼펜들은 여러 나라에서 인기가 있지만, 특히 미국에서 많이 팔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나미 볼펜과 함께 호텔 노트용, 공공기관 등에서 쉽게 볼 수 있고 유독 디자이너들이 이 회사의 펜을 애용한다. 특히 문구류에서는 수십 가지의 볼펜, 수정액, (색)연필, 샤프, 만년필 등 굉장히 다양한 라인업을 갖고 있다.
Bic 볼펜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브랜드로 인정받게 된 것은 그 특유의 부드러움과 긴 수명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성비가 좋아서 세계 도처에서 애용되기 때문이다. 가장 인지도가 높은 볼펜으로 Cristal 계열, Round Stic계열, Orange Fine계열이 있다. 다른 제조사의 문구류들과 빅 제품의 큰 차이는 바로 뚜껑이 있다는 점과 뚜껑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BIC에서 이렇게 한 이유는 볼펜 뚜껑을 삼켰을 경우 질식하는 것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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