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홍의 경일시단] 금에서 발견한 틈 (박기원)
[주강홍의 경일시단] 금에서 발견한 틈 (박기원)
  • 박성민
  • 승인 2021.06.27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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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금이 갔다

양쪽을 하나같이 바라볼 수 없게 생겼으니

이쪽을 살피고 저쪽을 외면하게 생겼다

저쪽을 살피고 이쪽이 섭섭하게 생겼다

속살일 수 없으니 귓속말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더 이상 무마의 땜질 따위로 결속을 소비할 순 없는 일

더 이상 못 본 척해야 할 일만 남은 건 아닐까

갈라진 틈으로 작은 생명들이 집을 짓는다

방심한 틈으로 사람이 집을 비운다

이대로 익숙해질까

우리, 제대로 아물 수 있을까

 


온전한 것들도 압력을 받으면 균열이 생기고 틈이 만들어 진다.

외부의 층격이든, 내부의 갈등이든 벌어진 틈바구니는 여간 흉하지 않다.

더러는 그 틈새를 즐기며 기생하는 것들도 생기게 되고 비집고 자리를 잡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사람간의 틈은 더욱 그렇다, 입장과 사정이 달라서 명징한 판단을 구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버는 것이 예사다.

편을 가르지 않기 위해 숨소리 눈빛하나도 거슬리게 되는 것이어서 여간 조심스럽다.

가까운 사이였을수록 단면은 날카롭다, 구하는 것이 많았다는 증좌다,

익숙해진다는 것과 아물고 싶은 것들, 역사는 늘 그렇게 진화되어 왔다.

/주강홍 경남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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