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칭찬의 양면
[교단에서] 칭찬의 양면
  • 경남일보
  • 승인 2021.07.05 16: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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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시인·교사)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빠르다. 벌써 한 학기의 막바지에 다다른 7월이다. ‘생기부’를 마감하지 않으면 여름방학도 없을 터, 매번 하는 일이지만 매번 고민하는 시점이다. 어떤 말로 아이의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인가 고심하다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기 일쑤다.

한 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말이 우리 사회를 움직였었다. TV뿐 아니라 교사나 부모 교육에서도 빠지지 않는 화두요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과제 같았다. 지금도 이 말의 유용성에 대해 토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칭찬받은 고래는 무엇을 위해 춤췄을까? 고래는 왜 춤췄을까? 먹이를 얻기 위해서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 칭찬받은 아이들은 무엇을 위해 춤출까? 우리는 성장을 위해서 춤출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칭찬을 받기 위해서 춤춘다면, 더 나은 칭찬에 목말라 하다 자신을 놓아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칭찬은 달콤하다. 그것이 함정이다.

대게 칭찬하는 사람이 ‘갑’이 되고 칭찬받는 사람이 ‘을’이 되는 구조다. 더욱이 겸손의 미덕을 가르치기 때문에 칭찬받는 사람은 고맙게 생각하며 ‘을’이 되기 쉽다. 부모는 자녀를, 교사는 학생을, 상사는 부하를, 칭찬을 가장한 처세술로 자발적 복종을 유지하며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또래나 동료끼리도 칭찬을 일삼는 사람에게 모여 인정받고 싶어 하며 그룹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룹 밖의 사람을 헐뜯거나 또 칭찬하며 그룹의 유대감을 다지기도 한다. 그룹 밖의 누군가는 암묵적 왕따가 되어 있을 것이다.

칭찬에 목마른 사람은 가스라이팅(gaslighting) 되기도 쉽다. 타인의 판단에 의존하여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며 현실감과 판단력도 잃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조건부 칭찬에 오래 노출되면 칭찬에 의존하여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한다. 그래서 칭찬받지 못하면 자신을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기며 삶의 끈을 놓기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 아이들은 달콤한 칭찬에 목말라 하지 않고 쓴소리도 자기 성장의 계기로 삼는 건강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칭찬은 아이들의 자아 형성에 방해가 되지 않을 때 유용함을 잊지 말자. 허미선 (시인·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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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예 2021-07-07 00:41:20
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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