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내 삶을 바꿔준 너에게
[대학생칼럼]내 삶을 바꿔준 너에게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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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사람들은 내게 고민 상담을 자주 한다. 보기에는 한없이 행복해 보였지만 각자 자신만의 슬픔을 가지고 있었다. 나 또한 나만의 고민을 갖고 있었다. 한 사건을 계기로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던 나는 상대방과 언제 멀어질지 몰라서 항상 노심초사했다. 비밀이나 속상했던 일은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으면서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A가 말했다. “너는 비밀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세상을 힘들게 살지 마. 혼자 사는 거 아니잖아. 가끔은 털어놔도 괜찮아.” 대체 얘가 뭔데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A의 발언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온종일 생각났다. 내게 친구는 많았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먹방 친구, 술을 먹으러 가는 술친구, 서로의 인생샷을 건져주는 사진 친구 등 친구는 일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이 중에 믿고 의지할 친구가 없다는 건 나의 문제가 아닐까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항상 조금 더 친해지려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선을 그었다.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치명적인 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언제까지 보고 지낼지 모르는 사람에게 약점을 보여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지금까지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항상 상대에게 나의 꾸며진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 결과, 주변인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나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내 삶은 얼핏 보면 완벽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파도 근처에 만든 모래성처럼 위태로웠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다 지금의 온전한 내 삶을 살게 해준 사람을 만났다.

A는 주변에게 사랑을 나눠주기만 하고 만족하는 성격이었다. ‘곰 같은 사람’ 그 사람을 제일 잘 표현한 말이다.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남들이 편하면 행복해했다. 또, 자존감도 낮아서 틈만 나면 자신이 필요한 이유와 장점을 물어보았다. 사랑을 계속 확인받고 싶어 했다.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자신의 문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없이 자신을 자책하고 미워했다. 10번의 통화를 하면 7번 이상은 꼭 훌쩍였던 A의 속사정은 내 심금마저 울렸다. “너는 계속 내 곁에 있어 줄 거지?” A의 말에 나는 쉽사리 말을 못 꺼냈다. 영원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화를 끊은 후, 집에서 내가 과연 A와 계속 함께할 수 있을지 생각했고 생각 끝에 영원하고 싶었다. A는 영원을 믿지 않았던 내게 영원을 믿게 해줬다.

A는 이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됐다.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만났지만, 어느새 서로가 없으면 어색할 정도로 서로의 삶에 물들었다. 나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A에게 또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이해하며, 전적으로 믿고 응원할 거라고. 만약 이번 생이 마지막이라면 당신을 만난 거에 대해 정말 감사하다고.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니까 못 해도 괜찮다고. 무언가를 위해 달리지만 말고 가끔은 내게 와서 쉬어가라고.

정주희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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