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20]지리산 대원사 템플스테이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 [120]지리산 대원사 템플스테이
  • 경남일보
  • 승인 2021.07.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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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아모르파티의 노둣돌이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말한 ‘아모르파티’ 즉, 운명애(運命愛)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요소들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환하여 모든 삶을 긍정적으로 수용, 발전시켜 마침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존재로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멀구슬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1박 2일, 대원사 휴식형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 휴식을 통해 나를 재충전해서 더욱 행복한 삶을 펼쳐나가길 바라는 마음과 필자에게 주어진 삶을 더욱 사랑하게 하는 아모르파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템플스테이에 동참했다.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소재 대원사는 성철스님이 출가하기 전 잠깐 수행했던 절로도 유명하다. 입소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필자 일행은 성철스님께서 참선 수행한 좌선대를 먼저 탐방하기로 했다. 소각장 왼쪽에 세워놓은 ‘성철스님 좌선대’ 표지판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올라갔다. 6분 정도 올라가자 능선길이 나타났고 그 능선길을 따라 다시 산기슭 방향으로 3~4분 정도 내려가자 몇 개의 큰 바위가 무리지어 있었다. 가운데 있는 너럭바위가 성철스님께서 좌선한 바위임을 곧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소나무들이 좌선대를 에워싸 자연스럽게 공부방을 만들어 놓았다. 좌선대에 올라서니 대원사 방향으로는 훤히 시계가 틔어있어 대원사가 한눈에 들어왔다. 소나무가 그늘을 지은 좌선대에 앉아 잠깐 눈을 감으니 계곡물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왔다. 성철스님은 계곡물 소리를 부처님의 사자후로 여기며 참선 정진하여 마침내 진리의 세계를 만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구니 스님들의 청정 도량, 대원사

溪聲自是廣長舌(산골짜기 물소리가 부처님의 말씀인데), 山色豈非淸淨身(산색이 어찌 부처님의 법신이 아니겠는가) 소동파의 ‘오도송’을 떠올리며 대원교 쪽으로 내려와 대원사에 닿자, 템플스테이 담당팀장님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템플스테이 일정에 대한 안내와 숙소배정을 해 주신 뒤, 절 안내를 해 주셨다. 사찰 경내의 정갈한 모습을 보고 비구니 스님의 도량임을 한눈에 짐작할 수 있었다. 대웅전 문에 새겨진 사군자 문양과 원통보전 앞에 선 오래된 석등이 매우 이채로웠다. 대웅전 아랫단에 있는 쌍석등에는 보리수 잎 모양의 황금빛 소원지들이 반짝이며 서로 어깨를 걸어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다.

대원사에 올 때마다 꼭 한번 참배하고 싶었던 곳이 보물 제1112호인 다층석탑이었지만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라 참배할 수가 없었는데, 마침 팀장님의 안내로 참배할 기회를 가졌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다층석탑의 단아한 기품에서 장엄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단부의 모서리엔 사람 모습의 조각상이 새겨져 있고, 4면에 사천왕상을 새겨 놓은 것이 매우 독특했다. 탑 앞에는 웅장한 모습의 사리전이 다층석탑을 지키고 있었다.

템플스테이 생활관으로 들어오는 초입 오른쪽엔 평생 동안 대원사 중창을 위해 공덕을 쌓은 법일스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워놓은 중창비가 있고, 왼쪽에는 효봉당 스님과 석봉당 스님의 방광탑을 비롯해 부도탑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저녁 공양은 스님들께서 손수 기른 채소로 마련한 고사리나물, 콩잎장아찌, 땅콩자반, 감자, 단호박, 초석잠, 상추, 무장아찌, 시래깃국 등이 필자의 입안에 침을 괴게 했다.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은 소문대로 사찰 음식의 진수를 맛보는 것 같았다.

저녁 공양 뒤 다담실에서 팀장님과 함께 나눈 다담도 무척 좋았다. 주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당일형인 <지리산 가랑잎 명상>과 체험형인 <내 마음 나도 몰라>, 그리고 휴식형으로 소상공인, 여행업계, 문화예술계 종사자와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및 방역관계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인 <쓰담쓰담 템플스테이>와 <토닥토닥 템플스테이>, 음이온과 피톤치드를 맘껏 들이킬 수 있는 대원사계곡길 걷기와 더불어 탁족을 하며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힐링을 하는 휴식형 프로그램인 <산 따라 물 따라> 등이 있다는 것을 안내해 주셨다.

 
 
◇대원사계곡물이 들려주는 법어들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취침시간이다. 자리에 누우니, 잠 대신 계곡물소리가 방안 가득 쌓인다. 물소리로 헹군 호랑지빠귀 소리가 창호지를 뚫고 들어왔다. 흔히 저승새라고도 불리는 호랑지빠귀, 가늘고 긴 휘파람처럼 들리는 소리는 밤에 들으면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데 부처님께서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오히려 다감하게 들렸다. 소나기 소리가 방안 가득 채워질 때면 호랑지빠귀 소리는 자취를 감췄다가 소나기가 멎으면 다시 다정한 휘파람소리로 다가왔다. 물소리, 바람소리, 빗소리, 새소리 들이 이처럼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남의 소리를 침범하지 않고 제 소리를 맘껏 뽐내는 자연의 소리에 빠져들었다가 설핏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경내에서 울리는 목탁소리에 잠을 깼다. 4시에 일어나 찬물로 정신을 맑게 한 뒤 법당으로 가 예불을 드렸다. 예불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동이 트고 있었다. 잠을 설쳤는데도 몸이 무척 개운했다. 산책 삼아 계곡길을 조금 걷고 와서 아침공양을 했다. 꿀맛이란 말이 이때 딱 들어맞는 표현인 것 같다.

아침공양 뒤 등현스님과 함께 다담실에서 인생과 불교에 대한 다담을 나눈 뒤, 대원사계곡길 트레킹을 했다. 길은 온통 물소리로 가득했다. 필자의 몸속에 옥색 물빛과 물소리가 들어와 필자를 헹궈 주는 것 같았다. 내 몸에 든 무겁고 힘들었던 생각들이 한꺼번에 씻기는 느낌이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야말로 쉼을 통해 잡념을 비우고 그 자리에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채워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가는 힘을 마련하게 하는 진정한 아모르파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바라본 대원사계곡물은 옥색향기 머금은 법어를 세상 향해 설하고 있는 듯했다.

/박종현 시인, 멀구슬문학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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