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개구쟁이 어린 시절 동네아이들과 낮에는 곤충들을 잡느라 온 산과 들을 뛰어다니다가 해가 지면 꽁보리밥으로 배를 채우곤 멍석에 누워 밤하늘을 보았었다. 바로 우리 눈앞에 쏟아져 내릴 듯 가까이 별들이 뿌려져 있었고, 달이라도 뜨는 날이면 토끼가 방아를 찧는 이야기를 마치 직접 본 듯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다. 그러다 그 중에서 누군가 소련이 쏘아올린 우주선 이야기라도 나오면 우리는 곧장 우주로 날아다니는 꿈같은 이야기들을 나누곤 했었다.
지난 11일 오전 미국 뉴멕시코주 스페이스포트 우주센터에서 어린 시절부터 우주여행의 꿈을 키우던 브렌슨이라는 영국의 어린이가 억만장자가 되어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 투자한 우주 여행사 ‘버진 갤럭틱’의 우주비행선 ‘VSS 유니티’를 타고 70세에 우주로 향했다. 불과 약 1시간의 짧은 우주여행이었지만 브랜슨의 시범 비행 성공으로 인류의 우주관광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버진 갤럭틱’은 앞으로 시범 비행을 두 차례 더 한 뒤 내년부터 티켓을 구매한 고객 700여 명을 차례로 우주에 실어 나를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 짧은 우주여행 티켓의 가격이 무려 25만 달러(약 2억8700만원)이라고 한다. ‘버진 갤럭틱’의 ‘VSS 유니티’는 일반 비행기처럼 활주로를 타고 이륙한 모선의 등에 올라 고도 15.5㎞에서 로켓엔진을 점화하여 지구 상공 86㎞까지 도달한 뒤에 4분간 미세중력(microgravity) 상태를 체험했다. 내려올 때도 VSS 유니티’는 우주왕복선처럼 날개를 이용해 활주로로 귀환했다. 유럽 국제항공우주연맹이 인정하는 우주의 경계는 고도 ‘카르만 라인’이라고 명명된 고도 100㎞이지만, 고도 86㎞라면 우주를 맛보고 온 셈이다.
지금까지는 각국에서 선발돼 특수훈련을 받은 소수 비행사들만 NASA와 같은 국가 주도의 우주 센터를 통해 우주를 다녀왔지만, 앞으로는 돈만 충분히 있으면 누구나 지구 밖으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상업 우주여행을 기획하고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세 업체의 수장들은 모두가 어린 시절부터 우주를 향한 꿈을 키워왔던 ‘괴짜’로 유명한 영국인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71) 버진그룹 회장과 제프 베이조스(57) 아마존 이사회 의장, 일론 머스크(50) 테슬라 최고경영자 들이다. 브랜슨이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침에 따라 그를 비롯해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까지 억만장자들의 ‘우주관광 3파전’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54년 주년이 되는 2023년에 인류를 달에 여행 보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가 창립한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는 내년 1월 민간인 3명과 나사 출신 우주인 1명을 태워 보내는 왕복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발사한다. ‘크루 드래건’은 고도 350~450㎞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 미르(ISS)’에서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비행을 한다. ‘ISS’에 8일간 머무는 왕복 10일 코스에 티켓 가격만 5500만달러에 이른다.
인류의 우주로 떠나고 싶은 인류의 열망은 2019년 파산하며 사기극으로 끝났지만 화성 무인 우주탐사선 뉴호라이즌 기준으로 최장 289일 소요되는 화성 여행에 네델란드의 한 기업가가 24년 출발하는 화성 여행 상품을 내걸자 무려 10만명이나 몰렸었다. 나사 소속이 아닌 민간인 우주 탐사의 첫 사례는 1989년 소련의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ISS’에 다녀온 영국인여성 과학자인 헬렌 셔먼이며, 우리나라의 이소연 씨도 마찬 가지 경우로 우주를 다녀왔다. 실제적인 첫 우주관광객은 2001년 4월 소유즈 YM-32를 타고 ‘미르’에서 8일간 머물다 온 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이다. 이 때의 여행 경비는 2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금까지 총 8명이 우주 관광을 다녀왔다.
머지않은 장래에 우주여행은 비록 고가이긴 하지만 호사가들만의 잔치가 아닌 일반화된 관광 상품이 될 것이다. 이런 대박 상품을 보고만 있어야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부럽기만 하다. 우리도 하루 빨리 이 노다지 사업에 뛰어 들어야 할 것이다.
성기홍 (전 김해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