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진주는 분노해야 한다
[경일포럼]진주는 분노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7.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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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잘못된 행위에 대한 침묵은 ‘잘못에 대한 암묵적 동의이자, 공범’이다. 이른바,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는 힘 있는 쪽의 ‘유리’, 힘없는 쪽의 ‘불리’라는 오래되고 퀘퀘묵은 공식에 대해 이제야말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부당한 것 하나 하나에 분노해야 한다. 그것이 모든 잘못을 바로 잡는 첫걸음이 된다.

근·현대를 거치면서 서울과 수도권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지역은 상대적으로 소외와 정체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정부와 여당이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지역균형발전’도 공염불에 불과함을 확인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실핏줄인 지역은 지금 ‘지역소멸’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제는 더 기다릴 이유도, 여유도 없다.

밉건 곱건 간에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을 보자. 지역분권·문화분권을 외치며 유치경쟁을 벌였던 이건희미술관은 결국 서울 유치라는 정부와 여당의 사전 각본대로 진행됐고 결론이 났다. 그야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놀아 난 셈이다. 지역을 바라보는 중앙우월주의 시각이 어떠한지 분명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됨은 물론이다. 그들에게 지역은 안중에 없다. 사실이다.

정부와 여당 주도의 LH혁신안은 진주혁신도시의 근간을 뒤흔드는 동시에 진주를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온 국민의 울분을 자아낸 LH의 부정부패에 대한 혁신을 무턱대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독단적이고 반민주적인 방식의 혁신에 반대하는 것이다.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남도청 환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상남도의 균형발전 차원이 아니라, 오로지 정치적 이해득실만 고려될 뿐이다. 경남도청 환원이라는 지역의 목소리를 절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예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놓을 생각조차도 없다. 가정이지만, 진주가 인구 100만이 넘어도 과연 그러한 굳건한 자세를 견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왜 이 땅의 정치가 리더를 자처하는 그들의 독단과 독선, 그리고 밀실거래만으로 좌지우지 되어야 하는가. 왜 하늘인 지역의 뜻을 묻지 않고, 그들 스스로 하늘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가. 그야말로 난장판에 다름 아니다.

이처럼 난장판이 되어버린 이 땅의 질서를 되찾는 유일한 길은 단 하나이다. 그것은 난장판을 다듬어 내고 정연한 저자 마당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각성과 행동이다. 더불어 오랜 세월 동안 그토록 처절하고 강렬하게 요구했던 지역의 열망과 목소리에 고개 돌려 외면한 그들의 오만방자함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뼈를 깎는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가 그토록 저질이라고 매도하는 그들을 뽑은 건 정작 누구였던가. 지역 소외와 지역 홀대에 대해 시시각각 ‘저질’의 화살을 불같이 쏘아댔지만, 내일의 선거에서 과연 그들에게 낙선의 쓴 잔을 안겨주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는 장담은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기득권 세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빌미만 제공했을 뿐이다.

진주는 분노해야 한다. 침묵과 무관심은 최악의 태도이다. 참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불의와 불평등에 분노하고 때로는 저항하는 진주가 되어야 한다. 주체·호의·평등정신이 바탕이 된 진주정신으로 다시 깨어나야 한다. ‘깨어난 인간이라야 어둠의 역사를 빛으로 구원한다.’ 함석헌 옹의 말투를 빌리자면 그렇다.

침묵한다면 어둠의 현실은 더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해 온 진주 역사의 숨결로 본다면 끝내 어둠의 현실에 고분고분하지 않을 진주다운 진주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진주는 분노해야 한다.

황경규 (진주향당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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