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한국 경남학’ 정립을 위한 소중한 발걸음
[아침논단]‘한국 경남학’ 정립을 위한 소중한 발걸음
  • 경남일보
  • 승인 2021.08.08 15: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7월 1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에서 ‘남명사랑’ 창립총회가 열렸다. 남명사랑은 조선 시대 실천 유학자로 유명한 남명 조식 선생의 ‘학문과 사상과 실천에 관한 연구와 재조명’ 등의 활동을 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남명사랑 창립을 오랫동안 준비해온 김영기 상임대표(경상국립대 명예교수)는 “남명 정신이 민족정신으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 또 남명이 나라의 건강한 미래를 위한 정신적 표상으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함께 나아가자.”라고 역설했다.

그동안 경상국립대 남명학연구소·남명학관·고문헌도서관, 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 산청의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등에서 남명 정신을 연구해 왔으나 남명에 대한 국민적인 인지도를 높이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이제 남명사랑이라는 민간주도 모임의 창립으로 남명 정신이 널리 홍보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명 정신은 우리나라 정신문화사에서 볼 때 과거의 실천유학에서 현재를 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까지 그 줄기를 뻗칠 수 있는 거대한 나무이다. 경상북도에 퇴계 이황이 있었다면 경상남도에는 남명 조식이 있었다. 남명과 남명의 사상은 인조반정 이후 조선 역사에서 금기어가 되는 바람에 수백 년 동안 묻혀 있었다. 하지만 남명의 실천 유학은 임진왜란 때의 의병활동, 조선 후기의 실학사상, 진주농민항쟁, 형평운동, 3·1절 걸인·기생의 만세운동, 백산상회 등으로 면면히 이어져 온 것으로 평가받으며 오늘날 활발하게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진주 인근의 인물들로 하여금 삼성·LG·GS·효성 등 세계적 기업을 창업하게 하고 한국경영학회가 진주를 ‘기업가 정신의 수도’로 명명하게 하는 사상적 밑바탕에도 남명 정신이 깔려 있다.

경상국립대는 7월부터 9월까지 한국학진흥원 설립의 산파 역할을 했던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을 필두로 한국학 분야 최고의 전문가 10명을 초청하는 연속 강연회를 열고 있다. 경상국립대가 수집, 관리하는 고문헌을 기반으로 한국학의 한 분야를 정립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경남정신의 원형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경남학 프로젝트 강연회도 마련하고 있다. 한국학이 경남학, 경북학, 전남학, 전북학 등 여러 지역학의 총화(總和)라고 본다면 경상국립대가 지금 추진하는 것은 ‘한국 경남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남학은 역사, 문화, 사상을 한 축으로 하고 경남의 산업, 교육, 인물, 문화콘텐츠 등을 망라한 학문 분야이다. 한국학이 여러 지역학의 총화이듯이 경남학은 다시 창원학, 김해학, 양산학, 밀양학, 진주학, 사천학, 함양학 등 경남도내 ‘시군학(市郡學)’의 총화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경남학은 과거와 현재까지의 경남을 포함하는 동시에 나아가 미래와 경남도민을 향해 열려 있는 학문이다. 이를 통해 경상남도와 경남도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더 나은 미래 경남으로 발전해 나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남의 국가거점국립대학인 경상국립대가 ‘한국 경남학’ 정립을 위한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경상남도의 행정기관, 학계, 기업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출향 인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꼭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학’을 정립하고 확산시키는 국가 기관의 지원도 절실하다.

높은 산이라고 포기할 수 없고 먼 길이라고 주저할 수 없다. 경남에서 태어날 수많은 아이들에게 ‘우리는 누구이고, 여기는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자신 있게 이야기해 주기 위해서라도 ‘한국 경남학’을 위한 발걸음을 쉴 수 없다. 경상국립대는 지금, 500여 년 전 남명 조식 선생이 이룩한 위대한 사상적·정신적 토대 위에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경남의 미래를 밝히는 한국 경남학이라는 큰 집을 지으려고 하고 있다.

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