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세 여인의 기도
[경일춘추]세 여인의 기도
  • 경남일보
  • 승인 2021.08.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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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협 (진주기억학교·우리家 원장)
 


유대인의 지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솔로몬이다. 그는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백성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지혜와 지식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자 하나님은 그에게 “네가 부나 재물이나 명예 또는 네 원수를 저주해 달라거나 장수할 것을 구하지 않고, 오히려 내 백성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 지혜와 지식을 구했으니 네 요구대로 지혜와 지식을 주고 또 이전의 어떤 왕도 가져보지 못한 부와 재물과 명예도 아울러 주겠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짧은 명상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평안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희망을 갖고 시작한 하루에도 많은 난간을 만난다. 그때 무심코 내 입에서는 ‘나무관세음보살’이 흘러나온다. 특정 종교인이어서가 아니라 살면서 봐온 세 여인의 모습이 내 삶에 투영된 것이다.

할머니께서는 가족의 생일날이면 항상 기도를 하셨다. 차린 것은 밥 한 그릇에 미역국이 전부였지만 촛불 사이로 성녀 같은 할머니의 얼굴은 빛나고 있었다. “어지신 제왕님네, 호박밭에 호박 크듯, 오이 밭에 오이 크듯, 푸둥푸둥 젖살 올라 우리 손자 무럭무럭…)” 그 기도는 너무나 간절하고 진지했다. 기도의 도량도 다양했다. 장독대에서 정화수를 떠놓고 비셨고, 부엌의 조왕신께도 비셨다. 집안에 큰 화가 없이 무던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할머니가 성주님께 빌어주신 기도 덕분이라 생각하며 감사해 했다.

할머니 사후에는 어머니의 기도가 이어졌다. 어머니는 날마다 종지에 깨끗한 물을 길어 놓고 기도드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셨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를 하셨고, 기도의 주제는 대부분 가족의 평안과 건강 그리고 행복을 염원하는 것이었다. 내가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은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라 생각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도 가족의 생일이면 새벽부터 분주하다. 시어머님께 배운 것이라며 거실에 단출한 밥상을 차려 기도를 드린다.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하셨던 방식으로 아내도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고 있었다.

세 여인으로 이어지는 기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제도 변하지 않는다. 현대과학으로 보면 미신이라 할지 모르지만 나는 세 여인으로 이어지는 그 기도의 힘을 믿는다. 2만 여개 부품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초 과학의 결정체인 자동차를 새로 산 사람이 자주 다니는 도로의 삼거리에 돼지머리를 올려놓고 무사고를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는 것처럼….

한삼협 (진주기억학교·우리家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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