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값이 얼마인가요? 그건 손님의 예의바름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라는 제하의 기사가 프랑스의 일간지 르 빠리지엥(Le Parisien) 2016년 3월 13일자에 실린 바 있다. 1968년에 동계올림픽이 개최되었던 프랑스 그르노블(Grenoble)에 소재하는 커피-레스또랑 람뷔르제(l’Hamburge-사장:Adam Garah)는 커피 한잔 값을 세 가지로 나눠 적은 가격표를 제시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커피 한잔 주시겠어요?” : 1유로 △“커피 한잔 주시겠어요?” : 1유로 30쌍띰므 △“커피 한잔요” : 1유로 50쌍띰므. 한편 지중해의 관광휴양도시인 니스(Nice)의 관광유람선 선착장 입구에 있는 커피 점 ‘la Petite Syrah’(사장:Fabrice Pepino)에서는 △ “커피 한잔요” : 7유로 △“커피 한잔 주시겠어요?” : 4유로 25쌍띰므 △“안녕하세요? 커피 한잔 주시겠어요?” : 1유로 40쌍띰므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참 재미있는 아이디어이고 프랑스니까 있을 수 있는 사례라 할만하다.
커피 한잔을 주문하더라도 손님이 점잖게 예의를 갖춰 주문하는가 하면 더러는 ‘손님이 정말 왕’인 양 직원에게 반말 투의 무례한 태도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상거래 과정에서 갑을관계가 이뤄지면서 이른바 ‘갑질횡포’가 나타나기도 하고 악덕업자나 악덕소비자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모든 행태는 건전한 상거래를 해치는 것이다. ‘갑질’이라는 표현은 2013년 이후 우리나라 인터넷에 등장한 신조어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우월한 신분, 지위, 직급, 위치 등을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오만무례하게 행동하거나 이래라저래라 하며 제멋대로 구는 행동’을 말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어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음악적이며, 명쾌하고 정확한 언어’라고 자랑한다. 17세기 초 궁정시인이기도 했던 프랑수아 드 말에르브(Francois de Malherbe)는 “프랑스어는 보석같이 아름다운 언어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것, 아름답지 않은 것은 섞여 있으면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프랑스 어 정화운동에 앞장섰었다. 당시 프랑스의 귀족들과 작가 등 지식인들은 그런 말에르브의 뜻을 이어받아 프랑스어 순화를 위해서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만들었다. 프랑스어를 세련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는 당시의 살롱 문화도 큰 몫을 했다. 볼테르 등 세계적인 작가와 지성인들이 살롱에 출입하면서 고상하고 점잖은 태도와 세련된 말씨를 사용하면서 기품 있는 언행을 하는 것이 상류층의 새로운 기풍이 되었다. 국왕 루이 13세는 1637년 이 아카데미 프랑세즈를 왕립 기관으로 만들어서 프랑스어 사전과 문법책을 만들도록 했다. 그 사전의 정신은 모범적이고 교양 있는 프랑스인들이 일상에서 쓰는 말을 실어서 프랑스어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프랑스어를 고상하고 아름답게 가꾼다는 것이었다. 이 사전은 계속 고치고 다듬으면서 현재 제 9판의 편집이 진행되고 있다. 꺄페나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조차도 상술에 앞서 교양과 품격 있는 불어의 사용을 유도하는 태도는 본받을만하지 않나싶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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