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돌아온 정치의 계절과 지방분권
[현장칼럼] 돌아온 정치의 계절과 지방분권
  • 이은수
  • 승인 2021.08.1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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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 창원총국 취재팀장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물었다. “이 나라에서는 뛰어도 왜 이렇게 뒤쳐지나요?”, 이에 옆 사람이 말했다. “엘리스야, 여기서 네가 가장 늦단다. 더 뛰어라!”. 우리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지금 살고 있다. 천년이 하루 같은 시대, 청춘들에게 과거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 꼰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이처럼 시대가 급변하고 있는데도 잘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정치권이고, 중앙집권이다. 이에 지방분권은 요원하기만 하다.

중앙에 사람·돈·물류 정보 첨단기술이 집중된 상황에서 비수도권이 요구하는 지역특성을 살린 야심찬 경제정책은 외면받기 일쑤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독자적 발전이 가능토록 경쟁력을 높여가야 하지만 인구유출 및 산업 침체 가속화로 위기감이 높다. 이같은 현실에 일본의 ‘간사이광역연합’이나 프랑스 ‘메트로폴 리옹’처럼 지자체들의 연합을 통한 제2경제권 조성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더욱이 재정 분권 측면에서 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세입면에서 중앙과 지방(지방교육 포함)의 비중은 55.5: 44.5를 나타내고 있지만 세출면에서 비교하면 양자는 38.5:61.5로 역전된다. 이는 중앙 편중적인 세입구조 탓이 크다.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전체 국가사무의 61.5%를 맡고 있지만, 그에 필요한 재원을 스스로 확보하지 못하고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해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2019년(당초) 예산 기준으로 우리나라 243개 지방정부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인 곳은 224개로 전체의 92.2%에 이른다.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2000년 59.4%에서 2019년 51.4%로 8%p 하락했는데, 이런 결과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성공적 시행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에 해당한다. 지방정부의 세입과 세출간의 괴리는 지방의 효율적 재정운영과 그에 따른 지방정부의 재정책임성 저하, 중앙의존적 재정 구조의 고착, 지방재정의 타율성 심화 등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 발생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부족의 생활상을 검토하면 일정한 구역 즉, 공동의 생활터전을 배경으로 자치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이 지방자치는 국가통치보다 우선했다. 자치와 분권은 마치 동전의 양면같다. 분권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적어도 자립(自立)이 이뤄져야 한다. 분권에서 자치로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자립 외에 자율(自律) 및 자주(自主)도 요구된다. 인간의 몸에도 중심과 주변이 있듯이, 모든 존재에는 중심과 주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중심과 주변에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중심이 주변을 차별해 배제하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중심이 주변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보충)하는 차원에서 머물러야 하며, 이들 사이에는 서로 인정하는 관계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차이를 무시하고 특정 기준이 지배하는 보편주의 폭력이 작동하는 곳에서는 인정의 원리가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캐나다의 정치철학자 테일러(C, Taylor)도 ‘인정의 정치’는 ‘차이의 정치’를 기초로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선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여야 대권주자와 당대표 등 주요인사들이 앞다퉈 경남을 찾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 전략 수립, 남해안시대 프로젝트 추진, 제조업 회귀 등이 화두가 되고 있다. 대권주자들은 지방투자 우선적 배려 필요, 동남권 메가시티 건설 노력, 수도권 양극화에 대한 다극체제로 전환, 경남 현안 진일보한 안 검토 등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 일극체제 타파를 전면 공약화하는 후보도 있다. 말은 생각을 통제하고, 행동은 말을 검열한다. 말의 성찬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 지역균형발전과 경남의 현안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두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서울공화국, 수도권 중심에서 탈피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지방이 선거철만 되면 거론되는 들러리가 아니라 실질적인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권자들의 냉정한 평가가 요구된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이은수 창원총국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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