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벌!’ 식량위기 떨림 해답이 필요하다
[농업이야기]‘벌!’ 식량위기 떨림 해답이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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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땅에서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 안에 멸종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주장으로 알려진 이 말은 사실 아인슈타인에 의해 언급된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인슈타인 사후 40년이나 지난 후에 프랑스 양봉업자들에 의해 배포된 이 말이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아인슈타인의 주장으로 믿어지며, 널리 인용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꿀벌이 주는 혜택이라고 하면 꿀, 로열젤리, 프로폴리스 등 꿀벌의 생산물에 초점을 맞추곤 한다, 하지만 꿀벌이 주는 혜택은 이러한 생산물의 영역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에 의하면 세계 식량작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0대 작물 중 약 71%가 꿀벌에 의해 수분(受粉, pollination)된다고 한다. 이는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면 대략 380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효과이다. 인류의 식량 가운데는 곤충의 수분에 의한 것이 약 3분의 1로, 이 중에서도 약 80%가량은 꿀벌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먹거리의 25% 이상이 꿀벌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즉, 경제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인류 생존적인 면에서도 꿀벌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의미일 것이다.

꿀벌은 보통 겨울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5% 정도의 폐사율을 보인다. 하지만 2006년 미국에서 발생한 CCD(Colony Collapse Disorder, 벌떼폐사장애)는 22개 주에서 약 25~40%의 꿀벌을 집단으로 사라지게 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라는 살충제 성분이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네오니코티노이드’ 는 니코틴계 신경 자극성 살충제로 기존 살충제보다 독성이 덜해 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성분이 무척추동물과 조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에 의해 유럽연합(EU)을 비롯하여 미국,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성분 농약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벌 개체의 급감에는 이러한 이유 이외에도 지구온난화, 곰팡이, 휴대전화 전파에 의한 방향 감각 상실, 미세먼지 바로아응애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고 있다. 그 이유가 하나가 아닐지라도 꿀벌이 가지는 중요성을 깨닫는다면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바이러스에 의해 토종벌의 90% 정도가 폐사되었으며 농가도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하였다. 돌배나무처럼 토종식물 가운데에는 서양벌에 의한 수분이 토종벌에 비해 결실률이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니, 우리 고유의 토종 생태 질서를 위해서는 토종벌의 생태 유지 또한 시급한 일일 것이다.

벌의 둥지와 먹이 제공을 위한 네덜란드의 ‘꿀벌호텔’과 ‘벌정류장’, 꿀과 꽃가루 채취 및 수분을 위한 미국의 ‘로보비(RoboBee)’ 등 꿀벌 개체 수 감소를 위한 노력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20년 8월 ’양봉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 농촌진흥청 내 ’양봉생태과‘ 등의 신설 등을 통해 토종벌 재생 및 꿀벌 산업의 성장에 박차를 기하고 있다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벌 날개짓의 떨림만큼이나 강렬한 식량위기의 떨림. 지금은 우리가 그 해답을 찾아야 할 때이다.

/정경희 경남도농업기술원 유용곤충연구소 잠사양봉담당



 
정경희 경남도농업기술원 유용곤충연구소 잠사양봉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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