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한 방송인의 만용, 묵과될 일 아니다
[경일시론]한 방송인의 만용, 묵과될 일 아니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08.2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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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재 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학회장
 


경기도 한 산하기관의 장으로 내정된 ‘맛 칼럼니스트’가 보은인사 논란을 겪다가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였다. 당초, 직전의 당 대표를 지낸 상대 후보에게 정치목숨을 끊도록 하겠다는 극언 등으로 거세게 반발했었다. 7선 의원으로 여당 실세 원로로 꼽히는 전 당대표가 나서고, 더하여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교통방송(TBS)에서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방송인까지 가세되어 자신사퇴를 종용했다. 자신이 국무총리 재직 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던 지금의 대통령을 한때 ‘문실장’으로 지칭했다는 그 원로는 그렇다 치더라도, 한 방송인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읽기에 충분했다.

그 방송진행자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야당 후보에게 노골적 적대 멘트를 지속함으로써, 당선된 그 후보에 의해 곧 교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했다. 하지만 그는 역시 그 ‘뉴스공장’을 통해 “TBS는 서울시 산하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장의 입김이 불가능하다”고 공언했다. 지금도 그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산하기관이 아니라는 그의 생각은 사리가 맞지 않다. 몰라서 하는 말이다. 아마도 서울시 공무원이 운영하던 TBS가 ‘서울미디어재단’으로 개칭되어 법인으로 전환한 사실을 두고 한 말 같다. 서울시가 그 재단(TBS) 설립을 위해 전액 출자한 것이다. 약 1000억원의 인건비를 포함해 5년간 총 2000여억원 정도다. 이전의 서울시가 직접 운영한 소속기관에서 산하기관으로 법적 지위가 변경된 것이다. 특정기관의 감독과 통솔에 따라야 하는 산하기관의 위상은 수많은 개별 법률에 엄중히 적시되는 법률용어다.

당연히 서울시에 TBS 운영에 관한 조례가 있다. 서울시장의 TBS와 관련한 권한과 책임은 엄중하다. 우선 재단, 즉 TBS의 임원 임명권 등 인사권을 가진다. 시장은 재단의 이사장과 대표이사 및 감사를 임명한다. 조례 제 6조가 그렇다. 같은 조례 제12조는 예산의 편성과 결산방식을 조문하는데, 재단은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를 매년 시장에게 보고토록 강제하고 있다. TBS 운영과 관련한 최종 권한과 책임은 시장에 있다는 등식이 성립된다.

TBS가 송출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전파를 수단으로 한다. 지상파방송이란 말이다. 전파는 공기(空氣)를 뜻하며, 공공의 자산인 공기(公器)로 국민을 주인으로 한다. 따라서 지상파방송에는 케이블을 수단으로 하는 종편이나, 신문 등 다른 매체와는 별도의 공적 및 사회적 책임을 중과(重課)시킨다. 공기(公器)를 활용하기에 공공성과 공정성이 절대시 되어야 한다. 그런 가치가 구현되도록 방송법 제6조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명문했다.

‘뉴스공장’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상대 정당을 폄훼한 정도가 지나쳐, 진행자를 퇴출시켜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었다. 20여만 명의 동의가 붙었다. ‘뉴스공장’은 연전에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서 공표한 같은 시간대 프로그램 평가 중 ‘중립성’ 항목에서 꼴찌를 기록했었다. 정치적 편향의 방증이다. 최근에는 변호사단체를 포함한 여러 시민단체가 TBS를 상대로 편파성 시정을 위해 국민감사 청구서를 감사원에 제출한 바 있다.

진행자의 개인적 정치시선 노출이 정도를 넘는다. 방송의 공적 가치를 우습게 아는 만용이다. TBS가 공정치 못하다면 종국적 책임은 서울시장에 있다.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LH에 문제가 있다면 최종적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의 책임인 이치와 같다. 누구의 편이 아닌, 공정하고 균형있는 정보수용 욕구가 청취자 주권이다. 역풍을 우려해 방송의 불공정을 방치한다면 직무유기 굴레가 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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