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드라마를 그냥 못지나치는 직업병
[경일춘추]드라마를 그냥 못지나치는 직업병
  • 경남일보
  • 승인 2021.09.1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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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직업의식이 발동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SF영화 속 전기괴물 때문에 도시의 모든 전원이 꺼지는 상황 중에 몇 초 스쳐가는 장면에서 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기계호흡을 하던 환자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신경이 쓰여 정작 중요한 주인공의 활약은 놓쳐버리기도 한다. 어떤 때는 드라마 속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를 진료하는 의사가 아이 아빠에게 하는 대응이 잘못된 점을 지적하느라 전반적인 극의 흐름을 못 따라가기도 한다.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아동학대는 어떤 경우에 의심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준다. 유명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아동학대 진료와 관련된 장면을 활용하면 학생들의 이해측면에서 아주 유용하다.

먼저 드라마 속의 아동학대 장면을 함께 시청하고 나서 관찰한 내용을 이야기 해 보라고 한 다음, 아동학대와 관련된 지식을 전달하고, 다시 드라마 내용에서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상황, 의사의 보호자에 대한 태도에서 잘한 점, 못한 점에 대해 토의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본인이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을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응할 지 각자의 생각을 적어보게 한다.

책으로만 배우는 건조한 지식보다 감정이입이 절로 되는 드라마 속 장면은 학생들에게 본인의 직업과 같은 직업을 가진 주인공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과 동시에 주관적인 판단과 사고를 가능하게 해 주는데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교육재료가 된다.

학생들이 배우고 느껴야할 것 중 의료인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소한 일들,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태도이다.

갑자기 코피가 났을 때 거의 클리셰처럼 쓰이는 고개를 뒤로 젖히게 하는 장면(실제 고개를 뒤로 젖히게 되면 피가 입안으로 들어감), 교통사고로 쓰러진 사람을 머리를 잡고 흔드는 장면(목을 흔들면 안 됨),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이 의대생들에게는 사소한 ‘디테일’의 차이를 가르쳐 의사로 성장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료가 된다.

비록 숫기 없고 뒤로 물러서는 성격이라도 내 직업이 준 감출 수 없는 노련함으로 타인의 어려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직업의 ‘소명’ 아닐까. 그 노력으로 조금이라도 좋아진 누군가가 있다면 또는 이 못 말리는 직업병은 아쉽지만 앞으로도 결코 치료제가 개발돼서는 안 될 불치병으로 남겨 놓아야겠다.

서지현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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