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연꽃이 머물던 공간, 진주 대사지
[시민기자]연꽃이 머물던 공간, 진주 대사지
  • 경남일보
  • 승인 2021.09.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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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상징하는 연꽃이 지는 시기가 찾아왔다. 분홍빛을 내뿜으며 여름을 장식하던 연꽃이 사라진다니 아쉽기만 하다. 연꽃처럼 사라져 아쉬운 마음이 드는 곳이 진주에도 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진주성의 해자, 대사지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바깥쪽을 물길로 두른 방어시설이다. 성벽을 따라 흐르는 남강은 남쪽을 방어했고, 대사지는 진주성의 북쪽을 일차적으로 방어했다.

대사지는 깊은 늪지대로 임진왜란 당시 1차 진주성 전투에서 성을 지켰다. 하지만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왜군이 대사지를 매립했고, 진주성은 함락되고 말았다. 이후 광해군 때에 서쪽까지 대사지를 늘려 수성의 기능을 다시 회복했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대사지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있었다. 신라 혜공왕 2년 강주 관서(진주성)에 대사라는 절의 동쪽 땅이 점점 꺼져 연못이 생겼다. 이후 갑작스레 생긴 5~6마리의 잉어가 연못의 크기를 점차 키웠다. 연못은 절의 이름을 따 대사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대사지하면 떠오르는 종이 있다. 임진왜란에 일본에 반출된 연지사 종이다. 대사지의 유래가 연지사인지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연지사 종 표면에는 ‘태화칠년삼월일청주연지사’(太和七年三月日菁州蓮池寺)라는 글이 있다. ‘청주’는 통일신라 시대 진주의 옛 지명이다.

19세기 진주성도를 보면, 대사지는 연꽃으로 가득하다. 일부 진주성 지도에는 대사지가 ‘연지’(蓮池)라고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연꽃으로 가득한 연못 사이사이를 가로질러 갔을 나룻배도 보인다. 연못 가운데 섬에는 정자 하나가 우뚝 솟아있다. 연꽃 향기가 정자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의 응향정이다. 옛 선비들이 정자에 앉아 시를 짓거나 꽃놀이를 하며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대사지는 방어시설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뽐내는 쉼터 역할도 했을 듯하다.

임진왜란 이후 수백 년간 자리를 지켜오던 대사지는 일제강점기에 다시 일본에 의해 강제 매립되고 만다. 일제는 식민통치에 용이한 도시 형태를 만들기 위해 대사지를 메우고자 했다. 매립과정에서 일제는 진주성벽을 허물어 그 흙과 돌로 대사지를 메웠다. 대사지 물을 끌어다 농사를 짓던 농민들도 큰 피해를 입었다. 나라 잃은 설움과 함께 대사지도 사라졌다.

일제의 만행에 의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사지에는 지금의 진주 초등학교, 진주 경찰서, 진주 교육지원청 등이 있다. 우리가 대사지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옛 진주성 지도나, 일제강점기에 남겨진 사진뿐이다.

여름이 가고 져버린 연꽃은 다음해에 다시 볼 수 있건만, 대사지는 그럴 수 없어 더욱 아쉽다.

진주시에서 진행하는 진주성 복원 사업을 볼 때마다 대사지도 복원하면 어떨까 하는 기대감이 솟는다. 대사지가 남아 있었더라면, 진주의 유명한 관광 명소가 되었을 것이다. 여름이 되돌아오듯 대사지도 진주에 되돌아오길 바란다.

김해찬 시민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울대 규장각에 있는 19세기 진주성도, 진주성 북쪽에 대사지가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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