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암탉이 울면?
[경일춘추]암탉이 울면?
  • 경남일보
  • 승인 2021.10.18 15: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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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시인 프리랜서
 


춘암댁이 우리 마을의 趙씨 아저씨 집으로 시집을 왔다. 李씨와 趙씨가 혈연을 이루고 사는, 온 동네가 인척 관계인 작은 마을에 눈이 유난히 크고 무척 예쁜 춘암댁이 시집을 온 것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축하의 말을 건네기보다 걱정을 해댔다. 남편의 상황을 알고 시집을 온 것인지 모르고 온 것인지 여기저기에서 수군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이 될 사람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위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시집의 살림살이가 넉넉한 것도 아니고 그냥저냥 겨우 밥술이나 먹고 사는 집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손위 시숙은 까칠하기가 하늘을 찌르고 도도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는데, 그런 집안에서 춘암댁이 어찌 견디고 살까 그것을 염려하는 말이었다.

“다이또 바이따!(달도 밝다)” 낮이나 밤이나 남편이란 작자가 해대는 말은 고작 이것뿐이었다. 간혹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가거나 소꼴(소의 먹이가 되는 풀)을 베어 형님 댁의 소를 거두는 일이 전부였다. 무늬는 남자이지만 품꾼으로는 쓰임을 받지 못해 춘암댁이 집 안 살림을 도맡고 있었다. 그런 남편을 둔 춘암댁이지만 금슬은 좋았는지 시집을 온 그 이듬해부터 일이 년 터울로 내리 여섯 남매를 낳았는데, 불행 중 다행인지 그 중에 세 명은 정상이고 나머지 세 명은 모자란 아이였다. 여섯 중에 가장 심한 아이는 장남이었는데, 장남은 인지능력이 제로였다. 그런 아이가 온 동네를 헤집고 돌아다니다가 불행하게도 어느 날 이웃 동네로 가는 논길에서 그만 웅덩이에 빠져죽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녀는 미친 듯이 막일을 하기 시작했다. 남의 밭을 빌려서 채소를 심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농번기에는 집집마다 품꾼으로 불려 다니며 날마다 튼실한 알을 쑥쑥 낳았다. 그 알을 모으고 모아서 빌렸던 밭을 샀고, 분가했을 때 받았던 다 쓰러져가던 허름한 집을 헐어 아담한 새 집도 지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한 그녀의 가정에 달이 뜨기 시작했다. 하얀 얼굴이 까매지고부터 밭뙈기가 불어났고 인형 같았던 큰 눈가에 잔주름이 짜글짜글 해지자 형편이 보름달로 차올랐다. 그녀는 어느덧 씨암탉이 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아주 옹골차고 야무진 오골계였다.

하나님은 여자(하와)를 만드실 때 남자(아담)를 돕는 배필로 만드셨다. ‘돕는 배필’은 도움을 받는 자보다 더 낫고 똑똑해야 돕는 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의 여자들은 ‘돕는 배필’의 본분을 잊고 남자에게서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 태초에 여자의 위상은 남자보다 높았는데 어쩌다가 낮아졌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이제부터라도 자기 본분을 찾아야 할 것이다. 태생적으로 월등히 나은 점을 인식하고. 자기보다 더 낫고 똑똑한 남자를 만나더라도 기죽어 살지 말기를 바란다. 또 경제적으로도 자기보다 부(富) 남자를 만나서 억눌려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덕을 보는 사람으로 살지 말고 오히려 덕을 주는 사람으로 살자는 뜻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은 잘못된 가치관을 가진 시대의 막말이다. 암탉이 우는 것은 방금 튼실한 알을 낳았다는 외침이다. 그래야 낳은 알을 가지러 올 것이 아니겠는가? 여자들이여, 이제는 대놓고 큰 소리로 울어 보자. “다이또 바이따!” 불우한 환경을 이겨낸 춘암댁의 가정에 보름달이 뜬 것처럼 각 가정마다 지혜로운 암탉의 맹활약으로 훤한 보름달이 가득 차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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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택 2021-10-28 09:57:48
암탉이 울면 달걀을 얻는다.
요즘은 판검사는 물론 의사,변호사,변리사부터 교사는 남녀비율이 깨진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차관급이나 대기업의 CEO는 가뭄에 콩나기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明年에 치르질 대선에
여야 거대정당에 여성 후보가 보이지 않고
그나마 여군의 지위가 확고해져 가는 도중에
벌어지고 있는 성관련 부도덕성으로 한국사회가 시끄럽다.
다가오는 새해엔 여성의 권익이 똑 바로서길
바란다.
춘암댁의 맹활약에 박수갈채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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