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그대! 믿어 준 덕분에
[경일춘추]그대! 믿어 준 덕분에
  • 경남일보
  • 승인 2021.10.20 16: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행달 (시인 경남문화관광해설사)
 



‘결혼’,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관습과 방법들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요즈음 모두가 ‘결혼식 준비’는 거창하게 하는데 ‘결혼생활 준비’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겨울이 채 가시기 전 깊은 산속의 밤 9시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차가운 밤공기를 21세기 통신의 수단인 손전화 벨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다. 그 당시 며느리의 축 처진 목소리가 필자에게 회상하나 던져 준다.

‘뭔가 큰 일이 벌어지고 있구나’ 이 생각은 적중했고 두 사람 사이에 오해로 불신이 발화하는 시점이었다. 두 사람의 관계성을 재정립하기 위하여 잠시 일상에 ‘휴가’를 내고 시댁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휴가에 떠밀려 정처 없는 발길이 멈춘 곳은 시골의 한적한 저수지였다. 그 저수지에 누군가 드리우고 간 낚시 줄이 부부의 이야기를 낚고 있었다. 그녀에게 시어머니는 미소년 가수의 ‘여백’을 슬그머니 손에 쥐어 주었다. ‘마음에 주름이 있는 건 버리지 못한 욕심/전화기 충전은 잘 하면서 내 삶은 충전하지 못 하네 /마음에 여백이 없어서 인생을 쫓고 있네’ 듣는 동안 그 며느리는 본인의 여백에 무엇을 들여 놓았을까? 궁금할 뿐이다.

지난 팔월 한가위 날, 종업원들(8명)에게 선물꾸러미와 손편지를 동봉하여 송달했단다. 그 손편지에 ‘수신자 :○○○어머님 귀하, 발신자 :○○대표○○○올림’이었다. 그 원천적인 노고는 종업원들을 있게 한 어머니 은혜란다. 그 사실에 가족들의 환호와 칭찬에 ‘그런 생각을 아내가 한 것’이라고 고백하는 청년의 어깨에 능소화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부모에게 받은 것이 부족한 이 젊은 부부는 이렇게 예쁜 삶을 서로에게 넘겨주며 ‘너의 공’(功)이라고 한다. ‘나 이렇게 하면 어때?’ ‘잘 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 이 성벽을 더욱 돈독히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성(城)으로 들어가는 부부의 뒷모습에 무한한 미래가 엿 보인다. ‘신뢰’라는 방패를 가진 이런 성벽은 영원히 부서지지 않으리라.

이 시대에 ‘출생이 금수저가 아니면 입신하기 힘들다’는 입소문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 신뢰라는 혼수품을 가진 부부는 독창적인 노력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고 있다. 그대를 철저하게 믿어 준 덕분에 그들의 여백을 부부가 함께 채워가고 있다.

이 시대에 잘못된 혼수품으로 상처 받고 있는 동시대의 젊은 부부들에게 이런 실천의 본보기는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앞둔 선남선녀들이여! 이 ‘믿음’의 혼수품 준비는 어떠한가?

박행달 시인 경남문화관광해설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