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행달 (시인 경남문화관광해설사)
‘결혼’,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관습과 방법들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 요즈음 모두가 ‘결혼식 준비’는 거창하게 하는데 ‘결혼생활 준비’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이 글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겨울이 채 가시기 전 깊은 산속의 밤 9시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차가운 밤공기를 21세기 통신의 수단인 손전화 벨소리가 정적을 깨고 있다. 그 당시 며느리의 축 처진 목소리가 필자에게 회상하나 던져 준다.
지난 팔월 한가위 날, 종업원들(8명)에게 선물꾸러미와 손편지를 동봉하여 송달했단다. 그 손편지에 ‘수신자 :○○○어머님 귀하, 발신자 :○○대표○○○올림’이었다. 그 원천적인 노고는 종업원들을 있게 한 어머니 은혜란다. 그 사실에 가족들의 환호와 칭찬에 ‘그런 생각을 아내가 한 것’이라고 고백하는 청년의 어깨에 능소화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부모에게 받은 것이 부족한 이 젊은 부부는 이렇게 예쁜 삶을 서로에게 넘겨주며 ‘너의 공’(功)이라고 한다. ‘나 이렇게 하면 어때?’ ‘잘 하고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 이 성벽을 더욱 돈독히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성(城)으로 들어가는 부부의 뒷모습에 무한한 미래가 엿 보인다. ‘신뢰’라는 방패를 가진 이런 성벽은 영원히 부서지지 않으리라.
이 시대에 ‘출생이 금수저가 아니면 입신하기 힘들다’는 입소문이 분분하다. 하지만 이 신뢰라는 혼수품을 가진 부부는 독창적인 노력으로 개천에서 용이 나오고 있다. 그대를 철저하게 믿어 준 덕분에 그들의 여백을 부부가 함께 채워가고 있다.
이 시대에 잘못된 혼수품으로 상처 받고 있는 동시대의 젊은 부부들에게 이런 실천의 본보기는 상처를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을 앞둔 선남선녀들이여! 이 ‘믿음’의 혼수품 준비는 어떠한가?
박행달 시인 경남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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