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의 숲 이야기]시골 간식 까마중
[박재현의 숲 이야기]시골 간식 까마중
  • 경남일보
  • 승인 2021.10.2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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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까매지도록 따먹은 달달한 추억

 

지금 중장년 세대가 어릴 때는 주전부리나 간식을 잘 먹은 적이 별로 없었지요. 시골에서 살았던 저에게 간식은 유치원에서 주는 곰보빵 한덩이가 전부였습니다. 유치원을 마치고는 밭에서 키운 옥수수나 감자가 간식거리였죠. 그나마 가을이 되어 열매가 달릴 때나 얻는 수확이었죠. 한여름은 밭에서 키운 수박이나 참외서리가 시골 아이들의 간식거리였습니다. 친구들끼리 원두막에서 주무시는 할아버지 눈을 피해 단체서리에 나섭니다. 한 두개 먹을거리만 챙겨서 빠져나오곤 하는데 이따금 들키면 줄행랑을 칩니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숨어들어 달달한 열매를 한 두개씩 서리하는 일이 재미로 여겨지던 시절입니다.

산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칼싸움하고 놀 땐 개암나무 열매도 따 먹었지요. 들이나 산자락을 거닐다 보면 까맣게 달린 까마중을 따 먹었는데요. 터트리면 토마토 씨앗 같은 것이 튀어나옵니다. 까마중은 까맣게 익었을 때가 맛이 들었을 땝니다. 익기 전 초록색 열매는 맛이 없었어요.

까마중(Solanum nigrum Linne)은 가지과(Solanaceae) 까마중속(가지속; Solanum Linne)인데요. 가지속 식물로는 좁은잎배풍등, 배풍등, 왕배풍등, 가지, 까마중, 감자가 있어요. 까마중은 하얀 꽃이 핍니다. 하얀 꽃잎이 뒤집히면서 노란 암술과 수술이 톡 나와 있어 앙증맞죠. 초록색 모자를 쓴 모양의 하얀 꽃봉오리는 모자 쓴 아이 같은 모습입니다. 꽃이 지면 거기에 까만 열매가 달리는데요. 달달한 게 가지 맛도 나지요. 가짓과니까요. 가지는 보라색 꽃잎에 노란 수술과 암술이 달리는데요. 까마중은 꽃잎 색깔이 다르지요. 어찌 보면 감자꽃과도 비슷하지만 모양이 좀 달라요. 까마중꽃은 마치 고추꽃과도 비슷한 구석이 있지요.

까맣게 익은 열매는 얼핏 봐도 머루 같은 느낌이지요. 맛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아이들에겐 까만 열매가 인기 있는 간식거리였습니다. 작은 열매 여러 개를 모았다가 한입에 털어 넣어야 제격입니다. 한 입 먹으면 입 안이 까맣게 물이 물들었습니다.

지금도 이따금 길가에서 까마중 열매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가 질주하는 길을 생각하면 먹기는 좀 그렇죠. 옛날엔 공해가 적었으니 길가에 달린 까마중도 많이 따 먹었어요. 아마 지금 아이들에게 주면 이게 무슨 맛이냐고 퉁퉁거릴 거예요.

까마중이란 이름은 까맣게 익은 열매의 모양이 마치 스님의 머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열매는 즙이 많아 생으로 따먹기도 하고, 어린잎은 나물로도 무쳐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지요. 이따금 까마중 열매를 생으로 먹으면 입 주변이 부르트거나 아린 맛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솔라닌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세균과 동물, 곰팡이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자가생성 물질이며, 많은 양을 섭취하지 않는 한, 독이 되지는 않아요. 알칼로이드 성분인 솔라닌을 함유하고 있어 전초를 한방에서 해열, 이뇨, 피로해소제로 사용합니다. 까마중 어린 잎은 삶아서 우려내 독성을 제거하고 나물로 무쳐 먹습니다.

 

 

까마중은 항산화 성분으로 알려진 안토시아닌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데요. 블루베리와 비교해 30배가량 많다고 합니다. 풍부한 안토시아닌 성분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의 재생 촉진과 산화를 억제하여 노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지요. 그런 걸 보면 어릴 때 까마중을 많이 먹어 노화를 많이 방지한 건 아닌지, 아직도 피부가 탱탱하거든요.

안토시아닌 성분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혈관 내 노폐물 배출을 도와 혈행 개선 효과 및 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안토시아닌 성분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암을 유발하는 각종 유해물질과 활성산소를 제거해주고,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통해 항암작용을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 이뇨작용이 뛰어나 소변의 배출을 원활하게 하여 신장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까마중에는 예민해진 신경을 진정시켜주고 불안한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신경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예민해진 신경을 안정시켜 깊이 자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불면증에 효과를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안토시아닌을 비롯한 사포닌 등의 다양한 영양성분들이 피로를 풀어주고 몸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데 효과적이고, 특히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주어 정력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요. 오늘부터 까마중이 남아나질 않겠네요. 그렇지만 요즘은 까마중이 잘 보이지 않으니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풍부하게 함유된 사포닌 성분이 기관지 내 염증을 줄여주고, 기관지 점막 보호를 통해 기침을 멎게 한다고 합니다. 가래를 없애주는 진해 거담에도 효과가 있고, 감기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니 솔깃합니다. 솔라마르신과 솔라닌 성분은 감기로 인한 열이 오를 때 열을 내려주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해요.

까마중의 뛰어난 소염작용은 아토피나 피부염, 종기 등의 여러 가지 피부질환을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까마중 달인 물을 염증 부위에 바르면 소염 및 항균효과로 인해 피부가 진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요. 다만, 까마중에 함유된 솔라닌이라는 성분은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설사를 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겠지요. 생각해보니 어릴 때 까마중을 많이 먹은 날은 설사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게 까마중 때문에 그런 건지는 몰라도요.

흑진주 같은 까만 열매는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열매를 눌러 씨앗을 터트리면 화살처럼 날아갑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까마중 열매가 시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합니다.

고은 시인의 ‘썩을 년 임피댁’이 나오는 ‘만인보’에는 “이러 욕 해대며 우거진 망초 비름 바랭이 맨다 / 까마중 뽑아 검은 열매 다 따먹어가며”라고 노래했지요. 박태일은 ‘거창노래’에서 “까까머리 까마중을 혀를 씹는다 톡톡 / 몇 개 전봇대가 마을을 끌고 / 빗발 사이로 건너온다”라고 했지요. 김종태의 ‘까마중’이란 시에는 “올해도 담장에는 까마중이 지천이지 / 입이 새까맣도록 까마중 따 먹었어 / 천만년 같이 살자던 띠앗머리는 …”이라고 노래했어요.

문효치 시인도 ‘까마중’이라는 시에서, 속 안으로 숨겨 들어오는 우주를 노래하고 있는데요. 까만 열매가 얼마나 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기에 어둡고 검게 변했을까요. 아무것도 볼 수 없게요. “바람 타고 건너오는 말 / 나를 흔들며 몸 안으로 들어온다 // 말은 / 사랑이 되고 때론 바늘도 되지만 / 우주의 비나 울음도 된다 // 몸 안에 / 작은 정자 짓는다”

까마중을 먹으면 맛은 좋지만, 입안이 새까맣게 물들어 난처합니다. 달달한 맛처럼, 까만 물도 점점 사라지지요. 온갖 건강효소가 유행하는 요즘은 까마중으로도 효소를 담근다고 합니다. 아마 시골 밭길을 거닐다 잘 자란 까마중을 만났나봅니다. 까마중을 알아야 맛난 줄도 알고 효소도 담가 먹을 수 있겠지요. 9월에서 11월이 열매가 익는 계절입니다. 지금 시골길에서 까많게 익은 까마중을 한번 찾아보세요.

※ 까마중을 좋아하는 야생돼지 : 호주 국토의 약 38%에는 2400만 마리의 야생돼지가 서식하는데요. 호주 인구가 2300만 명이니 그 수가 정말 많죠. 돼지는 땀을 흘리지 않으므로 체온을 낮추기 위해 진흙탕을 구르는데요. 돼지는 1년에 두세 번 새끼를 낳고, 한꺼번에 8-12마리, 최대 20마리를 낳는데요. 암퇘지의 배 양쪽에 젖이 14개 있고요. 태어난 지 3일이 지나면 새끼마다 자기 젖이 정해진다고 하죠. 돼지는 약 9000 년 전 가축으로 전환되었는데요. 돼지는 1000 종이 넘죠. 매년 14억 마리가 도축되지요. 수명은 25년이나 되지요. 이런 돼지도 까마중을 좋아하는데요. 까마중을 따다 주면 아주 잘 먹지요. 돼지도 맛난 것은 잘 아나 봐요.

경상국립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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