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마음의 벽을 허물 듯 담을 허물자
[경일포럼]마음의 벽을 허물 듯 담을 허물자
  • 경남일보
  • 승인 2021.11.0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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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경상국립대학 교수·시인)
 



마음의 벽을 허물면 사람 사이의 관계가 원활하게 돌아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벽을 허물면 좋아지듯, 건물과 건물, 주변 환경과 건물의 벽을 허물면 소통이 원활해지고, 환경이 현격히 개선된다. 오래 전 서울에서는 ‘담 허물기’를 시도했고, 성공적이었다.

이런 여파로 대도시들이 담 허물기에 동참했다. 한 예로, 대구시민들은 담 허물기의 장점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모든 게 노출돼 오히려 도둑이 얼씬거리지 못하고, 슬며시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도 없어졌다.” 자기 집 마당에 연못을 파고 조경수를 심어 동네 휴식터로 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작은 공원으로 내놓는 집들도 잇따랐다. 오래 전 담 없이도 잘 살았던 시골집을 연상하게 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차경(借景)’이란 주변의 좋은 경치를 빌려 집안의 것으로 삼자는 뜻이다. 선조들은 아름다운 산과 강 그리고 마을의 풍광을 그대로 집안으로 끌어들여 즐겼다. 그러기 위해서는 담벼락이 없어야 가능했다. 담 대신에 나무들로 엉성하게 엮어 울타리를 삼거나 아예 담을 만들지 않은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던 풍경이 담과 벽으로 인해 차단되었다.

담 허물기 캠페인이 한동안 도시에서 도시로 퍼져나갔지만, 아직도 그렇지 못한 곳들이 많다. 개인 재산의 보호를 위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마당의 넓은 정원과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주변에서 보인다면 그 집의 가치는 높아지는데 말이다. 벽과 담은 그러한 아름다운 모습을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개인 소유의 저택이 그렇고, 아직도 학교 시설이나 관공서 등 공공시설이 그러한 곳들이 많다. 특히 학교는 마당의 공간도 넓고 또 어느 정도 마당 공원에 조성된 수목 등 자연성이 확보된 공간이다. 그래서 그런 공간을 지니고 있는 시설들부터 담 허물기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었을 때 많은 시민들은 편안하게 그 공간을 이용하게 되고, 또 관공서나 공공기관이 위에서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라 협조하며 동화하는 수평관계에서 생각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아파트 단지를 경계 짓는 벽도 허물어 자연스레 밖에서 들여다보이는 투시형 또는 초록의 숲으로 이루어진 담을 조성한다면 쓸 만한 공원이 부족한 우리 도시에 엄청나게 많은 쌈지공원이 공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은 시민 1인당 공원면적이 약 15㎡으로 숫자상으로는 외국 도시와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실상 가까운 곳에서 쉽게 쓸 수 있는 공원은 턱없이 모자란다. 이는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잘 가꾸어 놓은 담장 내의 공간들을 시민들과 나누어 쓰자는 것이 ‘담 허물기’의 발상이다.

담을 허물면 시민과 관공서의 보이지 않는 거리감도 줄어들 것이다. 관료들의 특권의식도 없어지고 서비스 정신이 늘 것이다. 학교시설은 학교시설대로 시민과 함께하는 열린 교육장으로 운용될 것이고, 시민들의 참여의식과 환경의식 그리고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대학도 수차례 담 허물기를 시도해왔고, 또 없애지 못한 나머지 담을 없애고 있다.

담을 없애면 관리상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시민과의 정신적 유대감 증대, 열린 공간으로서의 탁 트임, 특히 학교나 대학의 숲은 오롯이 시민이 함께 이용하는 열린 환경으로의 기능과 함께 소통공간이 되고, 휴식의 자리가 된다.

보안은 건물 내에 국한된 문제이다. 과거 ‘담’이 우리의 독특한 위계문화, 영역문화라고 답보하는 것보다는 담을 허물어 열린 소통의 공간으로 만든다면, 폐쇄된 감옥 같은 공간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자연의 공간이 된다.

박재현 (경상국립대학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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