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10월을 흔히 ‘시월 상달’이라 하지만 ‘역전앞’처럼 중첩어다. 그냥 ‘상달’만으로도 시월인 거다. 유래를 모르게 오래된 고유어지만 굳이 밝히자면 ‘上-달’일 테다. 음력 10월을 한자어로 상동(上冬) 또는 맹동(孟冬)이라 하는 걸로 봐서 겨울철 석 달의 첫째 달이란 뜻이려니 싶은데 최남선은 좀 다르게 풀었다. ▶‘10월은 농사가 끝나고 먹거리가 풍성해진다. 그래서 하느님, 신령님, 조상님께 감사의 제사를 바친다. 마을 당산제, 집안의 고사, 씨족의 시제가 그것이다.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는 달로서 열두 달 가운데 으뜸 달이란 뜻으로 상달이라고 한다(조선상식문답).’ 먼 옛날부터 우리 민족은 이 달 하늘에 제사를 드려왔기에 그해 최고의 달이란 거다. 서양의 추수감사절이 11월에 든 것도 같은 이유이리라. ▶오늘이 시월 초하루. 아닌 게 아니라 바야흐로 곡식과 과일 수확의 절정기를 지나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농사를 잘 되게 해주신 하늘과 조상께 햇곡식과 과일을 바쳐 제사를 지내는 계절이 돌아온 거다. 각 집안들은 곧 시제를 모실 거고 대규모 동제(洞祭)격인 지역 축제도 이달 동시다발적으로 벌인다. ▶하늘이 처음 열린 날을 기리는 진주의 상달 축제 개천예술제. 입동이자 음력 개천절인 7일부터 8일간 진주성 일원에서 열린다. 코로나로 지난해를 건너뛴 축제다. 올해도 그땜에 한 달 늦춰 음력에 맞췄다. 1975년 양력 10월 3일로 전환했다가 그전처럼 상달에 여는 거다. 노란 은행 잎이 포도를 곱게 덮고, 땅갑지 베레모 쓴 예술가들이 버버리코트 깃을 세워 한껏 멋을 내는 초겨울 분위기 속 추억의 그 예술제가 되려나 싶어 기대가 각별하다.
정재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