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불청객의 이름으로
[대학생칼럼]불청객의 이름으로
  • 경남일보
  • 승인 2021.11.1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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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래 (경상국립대학교 신문방송사 편집장)
 
 



“안녕하세요, 학생 기자 이나래입니다”로 시작해 학내 화제에 대해 인터뷰를 요청한 뒤 “근데, 꼭 답변해야 해요?”라는 취재원의 대답을 들었던 적이 있다. ‘꼭’이라는 부사 뒤에는 어린 학생의 문제 제기에 대한 성가심이나 불쾌감 따위가 있을 터였다. 취재 목적을 설명하고 답변을 들었지만, ‘불청객이 된 듯한’ 기분은 며칠간 사라지지 않았다. 굳어진 체제대로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따지고 묻는, 눈치 없는 불청객으로서의 삶도 4개 학기 동안 이어졌다.

그간 나를 불청객으로 만드는 것은 취재원만이 아니었다. 대학의 일방적인 결정이나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제도에 대해 취재하여 기사를 내도, 학생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대학 학위증에 관한 나의 기사가 학내 커뮤니티에 공유되어 관심을 끌었을 때, 상단의 ‘베스트 댓글’은 ‘어차피 반발해봤자 학생들은 대학 결정 못 바꾼다’라는 내용이었다. 무기력감을 주려고 취재한 것이 아니었으나, 결국 원치 않는 감정을 선사한 불청객이 되고 말았다. 일부 학생들은 아예 학보사의 존재와 역할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종이신문은 어려워서, 대학은 졸업 후 떠나고 말 ‘순간의 공간’이니까. 여러 핑계를 댄 무관심 속에 타 대학의 학보사가 하나둘 폐간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짧은 보도 기사에 인터뷰 한 문장 들어간 것으로 영광이라며 긴 문자를 남긴 취재원이 있었다. 기사의 추가 내용을 묻고자 직접 종이신문을 찍어 메일을 보낸 독자가 있었다. 문제 제기에 대해 향후 개선을 고려하겠다는 대학본부의 대답이 있었다. ‘함께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알아준 몇 번의 예외 덕분에, 대학언론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11월 현재, 대학 생활을 충만하게 만들었던 학생 기자직의 끝을 바라보며, 불청객의 이름으로 필자와 같은 대학생에게 고할 것이 있다.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는 학생 기자들의 행보에 작은 응답으로 ‘예외’가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대학언론인의 움직임이 누군가의 성가심이나 무기력감이 되어도 기록의 가치란 절대적임을, 디지털의 0과 1 너머에는 여전히 무엇보다 강한 우리의 활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제나 대학의 주인으로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낸다면 무엇이든 바꿀 수 있음을 기억하라.

이나래 경상국립대학교 신문방송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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