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변화를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할 때
[여성칼럼]‘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 변화를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할 때
  • 경남일보
  • 승인 2021.11.2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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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보당 진주시 부위원장)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던 여성이 6번의 경찰신고로도 폭력이 지속되자 남편을 고소했다. 남편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한 달 만에 여성은 남편에게 살해당했다. 올 해 11월, 제주에서 발생한 일이다.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교사 화장실에 불법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리고 발각되자, 직원들에게 신고하지 말라고 회유했다. 올 해 10월, 경기도에서 발생한 일이다.

데이트 폭력으로 고통 받던 여성이 스토킹으로 5번을 신고하고 신변보호 요청을 했다. 임시 숙소에서 자신의 집으로 잠시 들렀다가 가해 남성에게 살해당했다. 경찰에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위치가 부정확했다. 올 해 11월, 서울에서 발생한 일이다.

최근 한 달 간 발생한 여성폭력, 살해사건만 대충 검색하여도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온다. 각자가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오늘에도 어디에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발생하고 있고, 누군가는 살해당하고 있다. 여전히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많고, 구제 시스템이 있어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해도 가해자의 행동이 더 빠르다. 공군에서 발생한 故 이예림씨의 경우처럼 피해자를 지원하는 체계가 응답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11월 25일은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이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세 자매가 독재에 항거하다 정권의 폭력으로 숨진 11월 25일을 기념하여 1981년 시작되었고, 1991년 세계여성운동가들이 세계인권선언일 12월 10일까지를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으로 정했다. 세계여성폭력 추방주간에는 세계적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추방하는 토론회, 캠페인 등이 진행된다.

사람이 폭력을 행사 할 때는 자신보다 힘이 약하고, 만만한 사람에게 행사한다. 그런데 힘이 약하고 만만한 사람의 범주에 여성이 위치 지어져 있다는 사실은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가정에서 엄마의 결정권이, 아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사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성들이 조금 더 보인다고 해서 성평등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 평등해 보이는 부부도 공공의 노동시장에 옮겨가면 성별임금격차가 작동되고, 기혼과 비혼에 따라 처우가 분류되는 여러 가지 차별들, 일상의 성적 괴롭힘의 위험이 대기하고 있다. 이러한 일상의 성차별은 차곡차곡 쌓여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터져 나온다. 이것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엄하고 소중하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 정리했듯이 사람은 피부색, 민족, 언어, 종교, 재산, 성별, 출생, 장애, 정치적 견해 등에 구별 없이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여성 또한 사람이다. 여자 친구라서, 아내라서, 직장의 부하직원이라서 나의 지시에 모두 따라야 하는 노예가 아니며, 당연히 소유물도, 성적대상도 아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인이 지금 나의 일상과 무관한 일이라고 여기지 말자. 가정에서, 직장에서 함께 하는 여성들을 ‘사람’으로 존중하고 있는지 잠시 성찰하는 시간을 내어보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평등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기 위해서는 차별을 볼 수 있는 눈, 고통을 들을 수 있는 귀가 있어야 하고 더불어 변화를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한다. 지금 차별과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다면 용기를 내어 도움을 청하길 바란다. 피해 입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주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이가 있다면 외면하지 말고 손을 내밀어 주자. 도와줄 곳이 있어야 말할 수 있다. 우리의 관심과 행동이 평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전옥희 (진보당 진주시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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