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제2의 주식, 우리밀에 관심이 필요하다
[농업이야기] 제2의 주식, 우리밀에 관심이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1.11.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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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옥수수와 함께 세계 3대 작물인 밀은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 5000여 년 전부터 재배되었다. 우리나라에는 기원전 100년경에 중국을 통해 들어왔으며, 주식인 쌀에 비해 미미한 생산과 소비를 유지해 왔다. 근대 이후 서양의 음식이 전해지면서 밀가루 소비가 증가했지만, 한국전쟁 후 미국의 무상원조와 70년대 값싼 해외 밀 수입정책으로 국내 밀 생산 기반이 무너지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 밀 소비량은 1인당 연간 약 30kg으로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생산량은 1970년 21.9만t으로 15.4% 수준이던 자급률이 급격히 감소하여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는 0.1% 이하까지 내려갔다. 우리나라 밀 생산업의 붕괴 직전에 달았던 이때, 감사하게도 농업인들의 우리밀 살리기 노력과 정부의 지원 사업으로 조금 증가하긴 했으나 밀 자급률은 현재까지 1.0% 이하에 머무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세계 밀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정부는 밀 자급률을 높이고 국산 밀 생산을 안정화하고자 2020년 ‘밀 산업 육성법’을 제정하였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밀 자급률 목표치를 10%로 설정하고 생산기반 확충과 품질 고급화, 유통·비축 체계화, 안정적 소비시장 확보, 현장문제 해결형 연구개발 확대와 국산 밀 산업계 역량 강화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우리나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1.6kg으로 쌀(59.2kg) 다음으로 많다. 밀은 면류, 과자류, 튀김, 빵 등으로 대부분 제품화 되어 소비하면서 가정에서 밀가루로 소비하는 양은 연간 1인당 1.1kg으로 매우 적다. 이마저도 국산 밀가루는 수입밀보다 가격이 3~4배 높은 kg당 3000~4000원으로 판매되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형편이다.

밀은 다른 곡류에 비해 단백질과 칼슘, 인 등 무기물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은 낮은 편이다. 밀가루는 단백질 함량에 따라 강력밀가루, 중력 밀가루와 박력 밀가루로 나뉘며, 밀 단백질의 주요성분인 글루텐은 밀가루 반죽과 관련 있다. 글루텐 함량이 높은 강력 밀가루는 낟알이 단단한 굳은밀(경질밀)로 만들고, 박력 밀가루는 무른밀(연질밀)로 만든다. 주로 강력밀가루는 빵이나 피자, 라면 등에 사용되고, 박력 밀가루는 케이크, 과자, 튀김이나 부침요리에 사용되며, 중력 밀가루는 국수나 만두피의 재료로 사용된다.

농업기술원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밀 토종자원들이 세대를 거치면서 유전적·생리적으로 퇴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우수한 토종밀 품종을 육성하여 생산농가에 보급하며 생리장해나 병해충 피해 예방 등 재배 적응기술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계속되는 기후변화로 국제 곡물가격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제2의 주식인 밀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밀 생산농업인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밀의 소비가 확대되지 않으면 밀 산업은 성장하기 어렵다. 우리밀로 만든 밀가루나 빵, 라면, 튀김요리 등에 소비자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이종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전작담당·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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