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무분별하게 반대하는 일부 지역과 노조가 누구를 위한 반대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온라인으로 진행한 ‘산은 주요이슈 온라인 브리핑’에서 내뱉은 말이다. 두 기업의 결합을 반대하는 대우조선노조와 거제시, 지역시민단체 등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 회장은 또 “기업결합이 빨리 성사돼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업경쟁력을 회복해서 정상적인 기업으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 매각 중단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발언이다.
지난달 23일 기업결합 심사를 재개한 EU집행위는 내년 1월 20일까지 심사를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에 맞춰 연내 심사보고서를 발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대우조선 매각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데 있다는 점이다. 국내 조선 빅3인 현대·대우·삼성을 빅2 체제로 재편해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없앤다는 것이 매각 발표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한국조선해양을 슈퍼 빅1으로 만들어 주는 것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지난 6월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이를 시인한 사실도 있다.
조선업 수퍼싸이클이 예상되는 시기임에도 정부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동걸 회장이 공정위를 압박하며 긍정적인 결론 도출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점도 이를 반증한다.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조정이 국내 조선산업 몰락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배창일 지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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