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남성(南星) 김장하(金章河) 선생님
[아침논단]남성(南星) 김장하(金章河) 선생님
  • 경남일보
  • 승인 2021.12.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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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기 경상국립대학교 총장
 


12월 9일 오후 경상국립대에서 남성문화재단 재산 수증 증서 전달식이 열렸다. 지역의 대표적 공익법인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고 그 재산을 경상국립대에 기탁하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서 김장하 이사장의 평소 지론을 말씀하는 영상이 상영돼 모두가 감동했다. “나는 아프고 괴로운 사람을 상대해서 돈을 벌었다. 다른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그 돈을 가지고 호의호식하고 호화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차곡차곡 모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다.”

남성(南星) 김장하(金章河) 선생님은 2008년 10월 경상국립대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똥은 모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게 한다. 돈도 똥과 같다. 돈을 주변에 나누면 사회에 꽃이 핀다”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김장하 선생님 스스로 평생동안 이 말을 실천해 왔기 때문에 울림은 더 컸다.

김장하 선생님의 삶은 인문정신의 내면화와 실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지역과 나라의 미래를 일으켜 세울 방안으로 교육을 선택한 선생님이 1984년 설립한 명신고등학교를 1991년 아무런 조건 없이 공립으로 전환한 일은 교육계에 영원히 회자될 일이다. 경상국립대 발전후원회장 등 대학과 관련한 일을 기꺼이 맡은 것도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는 신념의 소산이다.

김장하 선생님은 지역의 역사를 바르게 세우기 위해 형평운동기념사업회 결성을 주도하고 오랫동안 회장으로 일했다. 환경 보전에도 관심을 두어 지리산 생명연대 공동대표, 지리산 살리기 국민행동 영남대표, 진주환경운동연합 고문 등을 맡아 그 역할을 다하였다.

뜻이 같은 분들과 함께 지역문화를 융성시키기 위해 진주문화사랑모임 부회장, 진주오광대보존회 후원회장, 진주문화연구소 이사를 맡았다. 이러한 일들이 제대로 기록되고 후세에 전하기 위해 언론이 필요했다. 진주신문의 창간주주 겸 이사, 뉴스사천의 발기인 겸 주주가 된 것은 그러한 역사의식과 맥락이 닿아 있다.

2001년에는 남성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지역문화 도서 발간, 장학 사업, 진주가을문예 지원사업 등 지역사회의 교육과 문화 발전에 더욱 체계적으로 기여했다. 그러함에도 선생님은 스스로를 낮추고 감추었다. 있어야 할 곳에서는 자리를 지킴으로써 귀감이 되었지만 명리(名利)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빛났다.

필자는 이러한 활동의 근저에 남명 조식 선생의 경의정신(敬義精神)이 있다고 본다. 안으로는 수양하고 밖으로는 올바름을 추구하며 배운 바를 실천하는 것이 곧 경의정신인데, 김장하 선생님의 말씀과 실천은 경의정신의 체화(體化)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김장하 선생님은 남명 선생을 닮았다. 남명 선생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교육자 중 한 분으로 평가받는다. 남명의 제자 수십 명이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 되었기 때문에 붙여진 훈장이다. 김장하 선생님의 동지와 후예 수백, 수천 명이 우리 지역의 교육·역사·문화·환경·언론의 현장에서 배운 바를 실천하고 있다. 이로써 김장하 선생님은 우리 지역의 자랑이 되고 큰 어른이 되었다. 작고하신 김수업, 박노정 선생님과 함께 김장하 선생님의 존재는 큰 바위 얼굴과 같은 우리들의 표상이다.

김장하 선생님은 자신이 가장 귀하게 여길 보물 같은 ‘남성문화재단’을 해산하고 그 기본재산(현재 가치 약 35억원)을 경상국립대에 기탁하였다. 전달식에는 평소 선생님을 존경하는 많은 분이 참석하여 거룩한 정신을 우러렀다. 이제 경상국립대는 김장하 선생님의 정신을 우리 사회 곳곳에 퍼뜨리고 심어나갈 책무를 지니게 되었다. 진주와 경남의 사상과 정신, 역사와 문화, 교육과 인재양성 등 우리가 가치 있게 가꾸고 키워 나가야 할 것들에 김장하 선생님의 가르침을 더하여 진주를 사람의 향기가 더해진 문화도시로 발전시킬 것이다. 우리 사회에 명덕신민(明德新民) 정신이 뿌리내리게 할 것이다. 이런 계기를 베풀어주신 김장하 선생님께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 남성 선생님! 깨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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