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인구경제학과 한국의 인구 절벽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인구경제학과 한국의 인구 절벽
  • 경남일보
  • 승인 2021.12.14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구절벽


전통 경제학에서는 생산 활동의 근간이 되는 3요소로 토지와 자본, 그리고 노동력을 꼽아 왔다. 이러한 노동력은 생산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만 15세에서 64세 사이의 사람들, 이른바 ‘생산가능 인구’로부터 나온다. 전체 인구가 늘더라도 저 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면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경제 활력과 경제성장의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인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인구 경제학이라 일컫는다. 고전경제학에서 인구문제를 경제적 현상과 연계하여 논급한 최초의 경제학자는 이미 1798년에 발표한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함으로 인구의 자연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영국의 토머스 맬서스(Thomas R. Malthus, 1766-1834)이다.

워싱턴 대학교 보건계량평가연구소에 따르면 세계의 합계출산율이 감소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다. 이 시기에 함께 진행된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선진국들은 급격하게 인구구조가 늙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워싱턴 대학 연구진은 세계 인구가 2064년에 97억 명으로 정점을 찍고 하강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한다. 저 출산과 고령화는 생산에 기여할 뿐 아니라 가장 왕성하게 소비하는 연령대인 젊은 층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활동의 근간인 생산과 수요 모두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통계청의 지난해 가계 동향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소비지출은 40대에 정점을 찍고, 60대부터는 20대보다 낮은 수준으로 추락한다. 나아가 고령층은 고정 소득이 적고, 남은 기대수명도 짧아 저축률 역시 낮다. 이는 경제 전체의 투자 위축과 장기 성장성 악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주로 생산 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고령인구(만 65세 이상)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현상을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는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이라고 명명하였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나 구성원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인구 분포가 마치 절벽이 깎인 것처럼 역삼각형 분포가 된다는 것이다. 인구절벽은 사회를 구성하던 흐름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약해지기 시작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 가능인구는 이미 2017년에 3757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돌아서 2047년에는 2562만 명으로 감소하게 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게 되면 국가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타격을 받게 된다. OECD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의 생산 가능인구 100명당 노인인구가 지난해 22명에서 2060년에는 80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향후 40년 동안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2%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두려워해야할 것은 단순한 인구 감소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인 것이다.

출산율이 세계 꼴찌(2019년 합계출산율 0.92명)라는 한국의 현실은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저 출산·고령화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2005년 이후 저 출산 문제에 투입한 예산은 약 150조원이었으나, 지난해 국내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총 30만 명에 불과하였다. 1990년대까지 유럽을 대표하는 저 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복지 확대를 통해 합계출산율을 유럽연합(EU) 역내에서 최고 수준인 1.9명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1960년대부터 출산율이 하락세였던 미국은 이민자 문호 개방을 통하여 지난 20년간 생산가능인구가 14%(2673만 명)나 증가하였다. 앞 두 나라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한국이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권장된다. 다양한 방안의 모색을 통하여 출산율을 높이거나, 포용적이고도 보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하여 외국인을 우리나라 경제영역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