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은 한물간 듯
언제쯤 개같이 돌아다닐 수 있을까
개보다 못한 인간들 마구 짖어대는 곳에서
개처럼 살기가 이리도 힘들다니…
―문현미 시인의 ‘독백’
개(犬)가 사람이나 한다는 ‘견성’을 한 게 분명하다. 모든 망념과 미혹을 버리고 자성을 깨달아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말이다. 본시 사람의 인(仁)이란 성(性)이며, 성이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마음으로 나와 남을 동시에 살리려는 의지이다. 그런데 개의 눈에 사람이 갖고 있다는 인성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 보이는 것이다. 정의와 공정을 이현령 비현령으로 만드는 권력가도 있다. 시간 강사의 서류는 자격이 아니라 형식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대한민국의 시간 강사에게는 모욕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온갖 경력을 위조하여 대학 강사 자리를 얻은 이 때문에 힘들게 공부한 어느 누군가는 강의 자리를 잃었을 터이다.
‘언제쯤 개같이 돌아다닐 수 있을까’라고 견공이 한탄할 때, 언제쯤 나 같은 시간 강사도 그들의 눈으로부터 모욕감을 벗을 수 있을까 라고 한탄한다. ‘개보다 못한 인간들 마구 짖어대는 곳’이 아니라, 성(性)을 가진 사람들이 구성원인 사회가 그립다.
누가 예감이나 했을까. 개가 사람 때문에 속 썩는 시대라니. 아, 사람보다 위인 것 같은 저 개에게 오빠라고 부를까. 우리 집에 제일 먼저 식사 초대하겠다고 할까.(시인·디카시 주간)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