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미국의 초대형 주유소 버키스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미국의 초대형 주유소 버키스
  • 경남일보
  • 승인 2021.12.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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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광활한 국토를 가진 나라인 만큼 독특한 도로변 휴게소 전통을 갖고 있다. 예컨대, 캘리포니아를 자동차로 여행하면서 101번 하이웨이나 5번 주간 도로(Interstate)를 타게 된다면 1924년에 문을 연 ‘피 수프 앤더슨즈(Pea Soup Andersen’s)’라는 식당은 큰 그릇에 담긴 완두콩 수프가 이름난 메뉴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가 하면 중서부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휴게소로는 아이오와 80 트럭 휴게소가 있다. 이곳은 화물차들의 최고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며 이발소, 극장, 치과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노스(North)와 사우스(South) 캐롤라이나 주 경계선에 있는 ‘사우스 오브 더 보더(South of the Border-국경의 남쪽)’라는 휴게소에는 약 60m 높이의 솜브레로(Sombrero) 타워와 ‘페드로’라는 이름의 콧수염 난 마스코트로 여행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편 평평하고 널찍한 고속도로가 나 있는 텍사스는 도로변에 볼거리들이 풍성한 꿈의 고장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마릴로(Amarillo) 서쪽 주간 고속도로 40번을 따라 조성돼 있는 캐딜락 랜치(Cadillac Ranch)가 이색적이기도 하다.

텍사스 주는 미국의 50개주 가운데 알래스카를 제외하고 면적이 가장 넓은 주로 남한의 7배 이상으로 광활하다. 이러한 텍사스 주의 화려한 단풍과 내츄럴 브릿지 동굴(Natural Bridge Caverns)로 유명한 관광지 뉴 브런펠스(New Braunfels) 지역에 면적이 약 1900평에 83개의 화장실과 31개의 계산대 그리고 120개의 주유구를 보유한 세상에서 가장 넓은 주유소가 2012년에 생겼다. 세계 최대 규모의 주유소이자 미국 초대형 주유소인 ‘버키스(Bucee’s)’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면 화장실과 휴식공간이기에 무엇보다 청결에 신경을 쓴 결과, 미국 내 주유소 가운데 가장 청결하고 위생적인 화장실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1982년 텍사스에서 첫발을 뗀 버키스는 편의점과 주유소 체인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본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매장이 텍사스에 분포되어 있다. 텍사스의 버키스 주유소는 ‘광활한 텍사스’의 문화에 걸 맞는 산물이자, 텍사스 스타일의 상징이라 할만하다.

텍사스 주의 40여 개의 매장 중 가장 작은 규모의 경우에도 48개의 주유기를 갖추고 있어서 96대의 차량들이 동시에 주유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일정 금액을 주유할 경우에는 공짜 커피 한잔이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그런데다가 기름 값 또한 타 주유소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더 많은 운전자들이 찾아든다. 매장 안쪽에는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먹을거리에서부터 생활용품, 캠핑장비, 장난감, 의류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대형마트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한다. 버키스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는 귀여운 비버 모양의 캐릭터이다. 이 캐릭터를 주제로 다양한 기념품들이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는 데 주유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버키스는 단순한 주유소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여행자들에게 편의와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른바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로 1971년 1월에 개장했다. 1970년대 당시에는 자가용이 대중적으로 보급이 잘 되지 않은 시절이라 이용자들이 많지도 않았지만, 화장실은 관리가 잘 되지 않아서 불결하기 짝이 없었다. 1995년부터 휴게소 사업이 민영화되면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청결도와 서비스 수준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전후하여 휴게소 화장실의 위생상태 및 시설은 외국관광객들도 놀랄 정도로 향상되었다. 이미 지난 2019년에 한국관광공사가 ‘여행이 가능한 휴게소’라는 주제로 전국의 특색 있는 휴게소 6곳을 선정 발표한 바 있다. 경기도 이천의 덕평 휴게소를 비롯하여 강원도 인제의 인제내린천 휴게소, 충북 단양의 단양팔경휴게소, 충남 옥천의 금강휴게소, 경북 군위의 삼국유사휴게소-군위영천 휴게소, 전북 완주의 이서휴게소 등 6곳이다. 이제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들도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 아닌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경상국립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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